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 특수공작비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등에 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게 각각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상고심에서 “국정원장도 회계관리직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받아들여 1심 판단을 파기했지만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국고에 납입될 돈을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에 불법 사용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대북 업무 목적으로만 써야 할 대북공작금 10억원가량을 김대중 전 대통령 등과 관련한 비위 정보 수집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미국에 감춰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데이비드슨’이라는 작전명을 붙여 뒷조사에 나섰고 국세청 등에도 공작비와 뇌물 등으로 5억원을 건넸다. 이들은 또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8,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체가 없는 풍문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국정원 ‘안가’ 외 별도 스위트룸을 빌리는 데 28억원의 공작금을 쓴 혐의도 받았다. 이 스위트룸은 사실상 원세훈 전 원장의 사적 용도로 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들의 특수활동비 불법 유용 혐의를 인정하면서 국고손실죄가 아닌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