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과제로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초등학교의 ‘저녁돌봄’ 이용자 수는 되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돌봄교실이 맞벌이 부부에게 꼭 필요한 오후5시 이후의 저녁돌봄을 점점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돌봄사 처우 개선이나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저녁돌봄을 이용한 초등학생 수는 전국 1,820개 교실에서 8,812명으로 전년의 1,866개 교실에서 1만131명보다 오히려 13% 감소했다. 저녁돌봄이 전체 돌봄교실 중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2018년 3.9%에서 3%로 떨어졌다. 저녁돌봄 이용 학생 수는 2014년 2만189명에 달했지만 5년 사이에 절반 넘게 줄어 정부가 저녁돌봄 확대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저녁돌봄이란 오후1~5시에 이뤄지는 오후돌봄 이후 맞벌이 부부의 퇴근시간을 고려해 오후7시 이후 등까지 돌봄교실을 연장 운영하는 것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 공백’을 없애며 저출산 극복에 도움을 줄 핵심 대책 중 하나로 꼽힌다.
저녁돌봄 운영 확대 계획은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2020학년도 초등돌봄교실 운영방안’에서도 아예 삭제됐다. 2019년 운영방안에서는 ‘19시까지 운영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언급이 들어갔지만 올해 운영계획에서는 오후돌봄 형태의 확산에 주력하기로 하면서 아예 사라졌다. 국정과제에 명시된 돌봄교실의 전 학년 확대안 역시 올해 운영계획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부모가 이른 출근을 하는 아이들을 위한 아침돌봄도 지난해 523개 교실에서 7,799명이 이용하며 전체 학교돌봄 이용 학생의 2.7%에 그쳤다.
이처럼 정부 공약인 온종일 돌봄체제 강화와 거꾸로 가는 것은 돌봄사 처우 개선과 양적 확대에만 한정된 예산을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돌봄교실 이용 초등학생 수를 53만명으로 늘리고 이 중 학교돌봄 학생 수를 34만명으로 2017년보다 총 10만명 확대하기로 하면서 전년도 이용 학생만 2만9,071명이 늘어나는 등 연도별 목표치를 웃도는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다 보니 오후돌봄에만 치중해 아침·저녁돌봄 여건은 현 정부 들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정된 예산이 수요자가 아닌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초창기 돌봄교실은 온종일 돌봄 추진에 역점을 두고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선발했지만 감사원의 인건비 지적과 누리과정 예산의 교육부 이관에 따른 파장 등이 더해지면서 오후 근무시간에 맞춰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선발해왔다. 그러다 현 정부 이후인 2018년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했고 이후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근거로 전일제 요구가 지속돼왔다. 돌봄전담사들의 장기 농성이 이어지자 당국 역시 점차 전일제 비중을 늘려가기로 한 상태다. 현재 저녁돌봄 학생 수는 전체 돌봄의 3%에 불과하지만 전일제 돌봄전담사 비중은 행정 업무 병행 등을 이유로 전체의 14.8%에 달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수업 이후인 오후1~5시에 열리는 돌봄교실에서 오전부터 근무하겠다고 100% 전일제를 요구하는 것은 ‘평등의 과잉’”이라며 “예산 향방은 수요자인 학부모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전일제 전환도 저녁돌봄의 확대 추세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