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장강의 물결 앞에 선 경제 3주체

<심희정 생활산업부장>

유통가 휩쓰는 선제적 구조조정

거스를 수 없는 기업의 생존전략

정부, 기술혁신 따라 재교육하고

성장 발목잡는 규제 완화 힘써야

15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올해 첫 롯데사장단회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00명의 임원진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과거의 것을 버리고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말 진행된 대규모 임원 인사에서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가운데 뼈아픈 성찰과 변화의 의지를 결연하게 촉구하는 그의 발언에서 곧 그룹 전반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미 롯데마트와 슈퍼를 결합하는 대수술과 롯데e커머스 인력 구조조정 얘기도 함께 흘러나온다.

지난해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이사를 외부 영입하며 변화의 닻을 올린 이마트는 연말 인사 공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비효율적인 전문점과 저효율 점포를 폐점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CJ도 지주사 임직원의 30%를 계열사로 대거 재배치하며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된 유통업계 구조조정 바람은 모바일, 인공지능(AI), 주 52시간 근로제 등 유통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산물이다. 이는 단연 유통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통·산업·금융·정보기술(IT) 전반에 걸쳐 혁신과 구조조정이 자웅동체처럼 우리 사회를 흔들어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구조조정의 바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 해운업 사례에서처럼 이를 거부하며 사회·경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함께 침몰해야 할까.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도도히 밀어내는 시대의 도도한 강물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화는 시대적 소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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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부·기업의 경제주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한다. 우리가 1~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며 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질병에 대응하듯 경제주체들도 스스로 생존을 위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를 넘어 패망에 이를 것이 명백하다.

우선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큰 첨병인 기업은 주 52시간제 및 공유경제시대와 같은 급격한 노동환경의 변화, 내수 경기 불황과 포화, AI와 모바일 등의 새로운 기술과 같은 세 가지 변화에 맞는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해외 비즈니스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거대한 구조조정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하는 주체들도 변해야 한다. 예컨대 도로 위 마차가 ‘말 없는 마차’인 자동차로 대체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듯 영화 속 장면처럼 느꼈던 ‘자율주행차’ 시대도 곧 도래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교통사고 확률이 크게 줄어 보험사의 위기도 예상되는 바다. 이에 부응하는 인력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맞추지 못한 인력은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변화의 흐름에서 도태되거나 생존에 실패한 인력을 산업현장에 재배치를 통해 생산인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잉여인력을 되레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실직자의 재교육제도를 구축하거나 보완함으로써 끌어안는 노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울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건, 포지티브 규제를 통해서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발목을 잡는 규제를 완화하는 기업의 생존력 강화 지원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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