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통과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다음 과제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를 내걸었다. 경찰이 온전한 수사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독자적 영장청구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검사에게만 부여된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인데다 수사 지휘권을 빼앗긴 검찰이 강력 반발하면서 또 다시 치열한 검경 갈등이 예상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민갑룡 청장과 전국 경찰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경찰은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선진 형사사법체계를 향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고 의미 부여하면서도 “검사의 직접수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서 경찰수사에 개입 여지를 두고 있는 만큼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성을 제시한 과도기적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현행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문제 삼았다. 헌법 제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며 영장 청구 주체로서 검찰의 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우선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단계를 거친다. 신청 단계에서 검찰이 청구를 거부하면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을 방법이 없다. 다만 이번 수사권 조정안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해당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남용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에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명시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찾기가 어렵다”며 “독자적인 수사를 위해선 경찰에도 영장청구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청와대가 발표했다가 무산된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규정을 삭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전날 회의에서는 수사권 조정안의 구체적 지침을 담게 될 대통령령에서 검찰 직접수사 범위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향후 수사·기소분리를 위해서 검사의 직접수사 폐지·축소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한편 경찰은 수사권 조정안 통과의 후속조치를 전담할 ‘책임수사추진본부’를 발족하기로 했다. 본부장은 경찰청 차장, 부본부장은 경찰청 수사국장이 맡게 된다. 책임수사추진본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대통령령 제정과 국가수사본부 추진, 경찰 개혁과제의 발굴·추진·정착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또 전국 각 지방경찰청 단위에도 2부장(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책임수사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경찰수사 개혁과제들이 통일성 있게 정착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