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압박에도 실리 택하는 유럽...'反화웨이' 전선 힘 빠지나

"화웨이 참여 없이 5G 구축 불가"

獨 내무장관 美방침 에둘러 비판

英도 "대안 무엇인지 말해야"

동맹국들 연쇄 이탈 움직임

"5G 경쟁제한으로 투자비 증가

美 GDP 최대 73조원 감소" 분석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매 압박에도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관계보다 ‘실리’를 택하면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화웨이 문제가 동맹국들의 외면 속에 미국을 더욱 고립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전날 현지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단기적으로 화웨이의 참여 없이 우리가 5세대(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지 무엇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특정 상품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제호퍼 장관은 특히 화웨이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안보상의 이유를 미국이 들이대고 있지만, 독일 경제의 실리를 위해 화웨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현재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독일 기업은 전무하고 유럽에서도 단 두 곳뿐이라면서 “독일은 간첩, 방해 행위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중국 공급자를 배제하는 것은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5∼10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추산했다”고 강조했다. 제호퍼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동의하고 있다면서 독일 정부의 방침이 미국과 결을 달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독일이 경제적 실리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노키아와 에릭손 등 유럽 업체들도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역량을 가졌지만 이미 기존 독일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을 화웨이 장비가 차지해 다른 업체로 전환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경제전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각국의 5G 투자비용 증가와 국내총생산(GDP) 감소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냉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처럼 경쟁제한이 발생할 경우 5G 관련 투자비용이 최대 연간 29%까지 늘어나고 GDP 감소액이 최대 630억달러(약 7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용 상승에 따른 인프라 구축 지연으로 5G 네트워크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경제성장 저하는 물론 고객들의 불편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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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영국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5G 투자비 증가율이 커질 것으로 조사됐고, 화웨이와 전쟁 중인 미국도 GDP가 최대 630억달러까지 감소하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독일의 경우 투자비 증가율은 최대 2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으며 GDP 감소율도 최대 1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독일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시장 영향력도 독일이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독일 외무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지그마르 가브리엘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금지하면 독일 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동맹을 좋아하지 않는 트럼프 때문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의 잇단 반발로 화웨이에 대한 ‘보이콧’을 요구해온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한정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화웨이의 5G 장비에 안보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리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아이즈(영미권 5개국의 정보공유 동맹)’의 일원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도 “특정한 한두 개 브랜드에 반대한다면 대안이 무엇인지 말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동맹국들의 연쇄 이탈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하며 약 18개월 만에 ‘휴전’에 들어갔지만 화웨이 문제 등으로 미중 간 무역갈등은 물론 동맹국들과의 알력도 커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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