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인재 10호’로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이탄희 전 판사가 ‘정권의 애완견 노릇을 하다 국회의원이 된다’라며 자신을 저격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이 그러면 가만히 있는 게 더 좋은가. 한번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며 자신이 정치 입문과 관련된 생각을 밝혔다.
이 전 판사는 20일 전파를 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 교수의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와 엿 바꿔먹었다’는 비판에 대해 “제 기존행동을 굉장히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판사는 ‘입당으로 인해 사법농단에 대한 문제제기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법원 내에서 비판이 많다는 취지의 기사들을 제가 조금 봤는데 그건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세상에 처음 알린 인물로 전날 민주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이 전 판사는 “제가 오늘 아침까지도 법원 내부 익명게시판 등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확인을 했다. 법원 내 실명으로 여러 판사들이 글을 썼다”며 “그 내용은 오히려 저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지하고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제가 확인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전 판사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의견들을 가지고 계실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한다”며 “그런 의견들을 계속 경청해나가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 전 판사는 “제가 사표를 낸 2017년 2월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이었다. 제가 사표를 낸 뒤 제 옆방 판사들이 저한테 ‘형 구속될 것 같다’며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며 “제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받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걱정들을 했겠느냐”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는데 그렇다고 해서 법원이 바뀌었느냐. 사법농단 사건 정리가 잘 됐느냐”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바뀐 게 없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고 법원개혁 완수를 위해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 전 판사는 “(법원이) 바뀌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기회가 있다면 저에게 주어진 책임이라면 만약 제 입장이라고 하면 피하기만 하실 수 있는가. 그걸 한 번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또한 이 전 판사는 “1년 내내 밝혔고 어제 기자회견장에서도 아예 대놓고 말했는데 법관 탄핵을 해야 한다”며 “그건 입법도 아니고 그냥 정족수 과반수면 되는 일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판사는 또 “사법 농단 사건에 연루돼 있던 판사들 전원이 지금 다 법원에 그대로 있다”면서 “그 부분을 해결해야 사법 신뢰도가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판사는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로 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가정적으로 답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 “다만 제 과업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뭐든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10호 인재로 영입된 이 전 판사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판사가 정권의 애완견 노릇하다 국회의원 되는 게 ‘평범한 정의’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에 들어 이런 파렴치한 일들이 정말 ‘평범’해지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더 역겨운 것은 이런 짓을 하면서 이를 ‘정의’라 부른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마지막 추잉껌은 포장을 벗겨보니 ‘쉰 맛’”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원래 ‘영입’이란 게 뭔가 긍정적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 데려다 깜짝 쇼를 하는 것인데 공익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 바꿔 먹는 분을 인재라고 영입했다”며 “지금 민주당 사람들 윤리의식이 어떤 상태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진 전 교수는 “이런 분이야말로 출세주의와 기회주의라는 당의 이념과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카드인지도 모르겠다”며 “조국 일가가 아예 도덕성의 표준이 돼버렸으니 그쪽 기준으로는 이런 분도 성인으로 보이나 보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