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지구촌…광란의 금(金) 시장’. 40년 전인 1980년 2월21일, 신문들의 보도다. 연초 온스당 567달러로 시작했던 국제 금 시세는 연일 폭등세를 보이며 21일에는 850달러까지 찍었다. 뉴욕과 런던·취리히 등 주요 금 시장 가격이 모두 뛰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는 금 선물 3개월물이 온스당 1,031.90달러에 거래되며 금 가격이 처음으로 네자릿수가 됐다. 3개월 뒤 금 1온스의 가격이 1,000달러 이상으로 뛴다고 본 것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금값은 이식매물이 나오고 각국의 개입이 이어지며 안정세를 찾았다.
금 시세가 이렇게 춤춘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달러화 가치가 속락한데다 소련이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불안심리가 커졌다. 가뜩이나 이란혁명의 전조가 보이던 1978년부터 달러 약세가 지속되던 시절, 미소 긴장 국면까지 더해지며 안전자산인 금에 매수세가 몰렸다. 당초 금 가격은 사실상의 고정형. 2차 세계대전 이후 닉슨이 달러 태환 정지를 선언(닉슨 쇼크·1971년 8월)하기까지 온스당 35달러에 거래됐다. 문제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약화로 달러화를 이전처럼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점. 유럽 각국이 달러화를 금으로 계속 바꾸자 미국은 금본위제도를 버렸다.
닉슨 쇼크 이후 40~46달러를 오가던 금값은 1973년 가을 80달러로 껑충 뛰었다. 4차 중동전이 터지고 아랍 각국이 ‘석유 무기화’를 추진하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은 오르고 달러화의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1978년 평균 170달러까지 오른 달러화는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의 위기로 1979년과 1980년 겨울을 달궜다. 결국 21일의 ‘온스당 850달러’라는 가격은 역사적 최고점으로 남았다. 2011년 8월 온스당 1,970달러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40년 전의 850달러는 오늘날 2,59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최근 금 시세는 강세 분위기다. 금값이 1,550달러대에서 고공행진하는 것도 위험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금값 상승요인 역시 예전과 닮았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해 전쟁 전야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달러화가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확 올라갈 가능성도 많지 않아 보인다. 중국·러시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세계 1위의 금 생산국 자리를 다투는 마당이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는 금 가격 폭등을 막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