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안전 → 위험...은행 돈흐름 달라졌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11분기만에 1.1% 감소

ETF 설정액은 21% 늘어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했던 은행권에서도 자금이동에 미묘한 온도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10분기 연속 불어났던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상대적으로 투자 문턱이 낮은 상장지수펀드(ETF)는 3개월 만에 20% 넘게 급증하며 설정액이 5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규제 강화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주식·펀드 시장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59조6,85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7조5,803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7년 2·4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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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는 가운데서도 은행 예금은 증가세를 이어왔다. 은행권의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해 3·4분기 기준 1.69%로 1%대 중반대까지 내려앉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을 필두로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예금을 중심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낳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것도 안전자산 선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연말 연초를 지나면서 자금흐름에도 반전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타결된데다 선진국 증시 호조에도 나 홀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주식시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부문과 5세대(5G)·바이오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탄력을 받고 있어서다. 시장에 여전히 짙게 깔린 불확실성 속에서 직접투자가 부담스러운 금융 소비자들도 ETF와 같이 비교적 대중적인 투자처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ETF 설정액은 51조7,12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1.4%(9조1,297억원)나 급증했다. 이희수 신한은행 PWM여의도센터 팀장은 “기술주와 실적이 확인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심리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모펀드 시장 위축과 부동산 시장 규제 심화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ETF나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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