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헌 소지 있는데도 전월세 동결 운운할건가

법무부가 ‘현행 2년인 계약기간의 무기한화’와 ‘특정 지역에 대한 임대료 강제동결’을 골자로 한 초강력 전월세규제 대책을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법무부 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바꿀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한편 서울 등 집값 상승 지역에서 5년간 임대료를 강제 동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8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잠잠하던 전세 시장까지 들썩거리자 전월세 계약에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태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는 유독 이성을 잃고 폭주를 일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는 발언으로 공분을 산 지 한 달도 안 돼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제한한 12·16대책을 내놓으며 오기를 부렸다. 하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9억원 이하 집값이 뛰고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자 청와대 정무수석의 입에서 ‘주택거래허가제’라는 위험한 발언까지 나왔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자본주의의 대전제인 사유재산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도입하려다가 위헌 소지와 실효성 논란, 국민의 반발 등을 우려해 ‘주택거래신고제’로 방향을 틀었을 정도다.

관련기사



그런데 이번에는 치솟는 전셋값을 잡겠다며 ‘임대료동결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니 문재인 정부는 헌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정권인가. 법무부 조사관이 사례를 참고한 독일 현지에서도 해당 법안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위헌 제소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집값은 공급이 충분하면 잡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시장을 옭아맬 생각부터 하니 제대로 될 리 없다. 더 늦기 전에 부동산 문제를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논리가 앞서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 세입자와 실수요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