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기생충 덕에 투자사들이 영화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미 7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도 적지 않은 추가 수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국내 영화는 대부분의 돈을 극장에서 벌어 초기에 수익을 나누는 데 반해 기생충은 해외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갈수록 흥행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생충 투자사들은 지난해 말 마무리된 1차 정산에서 약 67%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단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BEP)인 350만명을 훌쩍 웃도는 1,009만명을 기록한 게 컸다. 메인 투자사인 바른손이앤에이(035620)를 비롯해 IBK기업은행·우정사업본부·한국영화투자조합 등 20개 이상의 투자사 중 대부분은 지난해 상반기 투자금을 집행했다. 국내 벤처캐피털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베팅한 컴퍼니케이(307930)는 12억원을 투자해 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기생충의 글로벌 흥행 등을 고려할 때 2차 이후 배분할 투자수익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투자는 여타 지분 투자와 다르게 구조가 좀 독특하다. 통상 5년간 열 차례에 걸쳐 투자사와 제작사가 6대4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 투자사들은 종영 3개월 뒤 마무리되는 1차 정산 당시 전체 수익의 약 70%를 받는다. 국내 영화 대부분이 극장에서 거의 모든 수익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추후 분기·반기마다 돌아오는 남은 9번의 정산에서 나머지 30%인 IPTV, 방송 방영 수익을 조금씩 배분받는 구조다.
그러나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3개 상영관에 영화를 올린 뒤 영토를 빠르게 확장했다. 스위스·호주·홍콩·대만·일본 등 세계 40여개국에서 개봉했다. 이달 초 기준 전 세계 박스오피스 매출은 약 1,51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드라마로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영화 이외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 중 해외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둔 것은 설국열차 정도로 극히 드물다”며 “해외는 각 나라의 배급사가 영화 판권을 통으로 사가는 구조라 진출 국가가 많아질수록 수익금이 늘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