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아덴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독자 파병’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이란과의 경제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절충점 모색의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이 줄곧 요구해온 호르무즈해협 안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지나는 길목을 스스로 지킨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란도 설득해나갈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다.
다만 이란은 한국의 독자 파병 결정을 일차적으로 반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역시 그간 요구해온 동맹 기여도에 한국의 이번 결정이 제대로 부합한다고 여길지는 미지수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외교·안보적 관점에서는 추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현재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및 아라비아만 일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명분은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 수행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기에 앞서 미국에 관련 내용을 먼저 알렸고 이란에도 외교 경로 등을 통해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 입장은 그 지역(호르무즈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라며 “일차적으로 그것에 따라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우리 국익이 있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선박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한-이란관계를 관리해나가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 이란 측도 일차적으로 같은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우려를 표명한 이란과 달리 미국은 일단 환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추가적인 동맹 기여 요구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에 대해 국회는 이견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비준 동의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보수 야당은 국회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의당은 정부의 파병 결정 자체를 반대하며 반드시 국회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준 동의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통과된) 파병 동의안에 유사시 작전범위를 확대한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 선례도 7~8차례 있었다”며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유한국당은 파병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비준을 강조했다. 정의당은 청해부대 작전 지역 확대 자체에 강하게 반발했다. 심상정 대표는 “파병 취지로 배치하는 것이라면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파병 목적의 변경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현·하정연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