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만기 '52시간제' 작심비판 "車부품사 사장들 감옥갈 판"

車산업 발전포럼서 쓴소리

"노동 유연성 확보에 힘써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21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8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산업협회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21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8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자동차산업협회



“요즘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새해 인사 대신 ‘내년에 감옥에서 보자’고 얘기를 해요.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보완하는 입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21일 열린 ‘제8회 자동차 산업 발전포럼’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작심 비판했다. 이날 포럼은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정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최근 자동차 부품 기업인들을 만나면 가장 시급한 게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입법이라고 호소한다”며 “이 상태로는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고 감옥에 가게 된다고 해도 (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주 52시간 보완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며 고용노동부는 50~299인 기업에는 제도를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최대 1년까지 두는 방안을 도입했다. 사실상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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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 경직된 노동시장에 시달리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책 부작용이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이런 낮은 가격경쟁력으로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브랜드에 수요를 내주게 될 것”이라며 “노동 유연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 임금협상 주기도 매년이 아니라 미국·독일·스페인 등처럼 3~4년으로 바꿔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와 토론에 나선 참석자들도 연이어 쓴소리를 했다. 한국규제학회장을 지낸 김진국 배재대 교수는 “주 52시간 제도는 우리 산업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규제”라며 “규제학계에서 말하는 ‘질 나쁜 규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차 산업의 위기는 주로 경기요인에 따른 단기적 위기였지만 현재는 구조적으로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IMF 외환위기보다 심각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현재의 고비용 구조와 경직된 노사관계가 지속된다면 국내에서 자동차 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국내 산업 여건상) 자동차 생산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배 인천대 교수는 ‘유연안정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임금과 직원 배치 등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고 기술교육 등을 통해 ‘성공적인 직장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토요타는 생산직원 개인평가에 기반한 인센티브가 기본급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반면 현대자동차는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로 구성돼 있다”고 임금 경직성을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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