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급성장 공기청정기 조달시장...대기업 점유율 절반 넘어섰다

작년 시장규모 810억...1년새 두배

中企경쟁제품 해당안돼 입찰 무제한

대형 생산시설 바탕 가격경쟁력 높아

납품물량 절반 삼성·LG 등 차지

웅진·SK매직 등 중견기업 뒤 이어




공기청정기 조달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등 대기업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전 조달시장은 중소기업에 지역 가점 등을 부여하는 식으로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규제해 왔지만 공기청정기 시장은 ‘예외’가 된 것이다.

22일 업계와 조달청 등에 따르면 지난 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서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공기청정기는 810억원 규모다. 공기청정기 조달시장은 지난 2017년 206억원에 불과했지만, 2년여 만에 4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공기청정기 조달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웅진코웨이나 위닉스, SK매직 등은 열세다. 전체 납품 물량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가져가고 있어서다. 작년 나라장터의 최종 납품 기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6억원, LG전자는 205억원 규모의 공기청정기를 공공부문에 판매했다. 위닉스는 80억원, 웅진코웨이 31억원, SK매직 22억원 순이다. 뒤늦게 뛰어든 중소기업인 보성전자와 보다스는 각각 31건, 7건을 납품했다.


정수기 등 다른 가전 조달시장의 경우 중견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기청정기 시장에서는 의외로 대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공기청정기 조달 시장에서의 대기업 쏠림이 크지만 정수기 시장서는 구츠·홍주리더스·다인정수시스템 등 기업간 소비자거래(B2C) 분야에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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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지난 해 미세먼지 악화로 학교나 군부대 수요가 폭증해 한꺼번에 대규모로 공기청정기를 납품하다 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짝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물량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가 대기업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 급식 등으로 수십년 전부터 중소기업 위주로 공급망이 짜인 정수기와 달리, 공기청정기는 B2C시장과 함께 커 왔기 때문에 민간 영역의 강자가 조달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가입찰이 조달시장서는 핵심 경쟁력이다 보니 제조 라인 등을 갖춘 대기업들의 박리다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나라장터 쇼핑몰을 비롯해 조달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라며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주어진 예산 내에 기기를 몇 대까지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가격을 저렴하게 써낼 수 있는 제조사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견기업 외에는 입찰이 원천적으로 제한돼 있는 ‘중기간 경쟁제품’에 공기청정기가 포함돼 있지 않다 보니 대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들이 생산·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제습기나 매트리스는 중기간 경쟁제품이어서 대기업의 입찰 참여는 불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공기청정기가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려면 그 분야에서 최소 10개사 이상의 중소기업이 활동해야 한다”며 “관련 요건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계에서 지정 신청도 하지 않아 대기업 조달시장 참여는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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