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엘리엇,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 전략 매각

영업이익률 8년만에 반등 매출 100조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지난 2018년 4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들여 현대자동차(2.9%), 현대모비스(2.6%), 기아차(2.1%)의 주식을 매입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한 지 20개월 만이다. 엘리엇의 반대로 멈춰 섰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12면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모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더 이상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전환한 후 미래차와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엘리엇이 공격할 명분이 사라진 것도 이유로 분석된다.

‘엘리엇 변수’가 사라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해 지배구조 재편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다시 지배구조 재편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엘리엇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열어 지난해 매출액 105조7,094억원, 영업이익 3조6,8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8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7.3% 증가한 58조1,460억원, 영업이익은 73.6%나 뛴 2조97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현대차는 2019년 기말 배당금으로 전년과 동일한 주당 3,000원, 기아자동차는 전년(900원) 대비 크게 상향된 주당 1,15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강도원·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앓던 이 사라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본격추진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왔던 엘리엇매니저먼트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과 함께 주가가 13만원대까지 오르며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때 주가가 9만원대까지 하락하며 엘리엇이 수천억원의 평가손실을 봤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헤지펀드의 특성상 엘리엇이 선물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일정 범위 안에서는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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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입장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간소화하고 8조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 등을 함께 요구했다. 당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 국내외 투자가들도 엘리엇의 요구에 힘을 싣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일부 사업 부문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전격 취소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주총을 앞두고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위임장 대결을 선언했다. 주주제안 형식으로 배당 규모를 확대하고 자신들이 선정한 인물을 사외이사에 앉히라고 요구했다.

‘2차전’ 결과는 현대차의 완승이었다. 주총에서 각사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됐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자승자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엘리엇이 무리한 배당을 요구한데다 이해상충 논란이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앉히려다 시장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결국 엘리엇은 현대차에서 엑시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주가가 오르면서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 변수’가 사라진 만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까지 지배구조 개편안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주주들의 의견을 들어 이르면 올해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최대한 많은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며 “수익을 최대화하고 수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투자자와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은 2018년에 추진했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몽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등 오너 일가→현대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 등의 구조로 이어지는 방안이다. 다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 등 세부 내용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투자회사 및 사업회사로 쪼갠 뒤 합병하거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 공정거래법상 규제 탓에 여러 계열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발 빠른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인 미래차 시장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트랜시스 등 일부 계열사의 사업영역을 조정하는 구조개편도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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