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름과 얼굴의 공개로) 저와 같은 성 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를 희망했던 부사관이 강제전역하게 됐다. 이 부사관은 전역 결정을 계기로 자신의 신분과 얼굴을 공개하며 국가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군인권센터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변희수 하사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부터 변 하사의 수술, 상담 및 법률 지원을 제공해왔다.
변 하사는 기자회견에서 학창시절 부사관 특성화고를 진학하며 군인을 꿈꿨으나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전역하게 된 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변 하사는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가혹했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냈다”며 “그에 비례해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변 하사는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기에 앞서 해당 부대에 알렸고 이 과정에서 부대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 하사는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에 여행 목적으로 ‘의료 목적 해외여행’이라고 적시했다”며 “(복무했던) 여단에서 전역심사위에 제가 복무에 적합하다는 답변까지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전환 수술 전 성 정체성 혼란으로 변 하사가 힘들어할 때도 해당 부대에서 당장 변 하사를 전역시키지 않고 군 복무 뜻을 인정해 부대장 등에 대면보고했다고도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육군이 전역 일자로 23일 24시로 지정한 점도 논란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본은 변 하사에게 내일 즉시 군을 떠날 것을 지시했다”며 “변 하사가 바로 병원에서 집으로 가게끔 한 것인데 소속부대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통상 전역 처분일로부터 최대 3개월까지 여유를 두고 전역 일자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단 1초라도 우리 군 안에 트랜스젠더 존재를 허락할 수 없다는 군의 의지 표현이다”고 했다.
육군이 변 하사에 대해 전역 결정을 내렸지만 변 하사는 군 복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며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하사와 군인권센터는 향후 군에 인사소청을 제기한 뒤 행정소송을 진행해 절차적 위법성과 성차별 요소를 따져볼 계획이다.
앞서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서 전차조종수로 근무하는 부사관 변 하사는 지난해 겨울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하사는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기 위해 관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변 하사는 부대 복귀 직후 군병원에서 의무조사를 받았고 군병원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 인사법상 심신장애 3급 판정은 ‘복무 부적절’의 사유에 해당된다. 변 하사는 성별정정이 이뤄질 때까지 전역심사위 개최 연기를 요구했으나 육군은 이를 거절하고 전역을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