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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AI 면접' 실제로 해보니...이렇게만 하면 합격한다 [5분 다큐]

서른이 코앞. 취업 준비라는 취업 준비는 다 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형이 있다. ‘인공지능(AI) 면접’이다. SK 등 200곳 넘는 기업들이 사용한다는 AI 면접은 취준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AI 면접을 대비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 로봇이 사람을 평가해?’라는 반감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싶어졌다. 취재를 핑계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 담당자를 만나 AI 면접 프로그램의 정확한 실체부터 구직자들이 준비해야 하는 팁까지 파헤쳐보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에게 보급되고 있는 AI면접 프로그램 ‘인에어(inAIR)’ 실제 테스트 모습 /사진=마이다스아이티국내 기업들에게 보급되고 있는 AI면접 프로그램 ‘인에어(inAIR)’ 실제 테스트 모습 /사진=마이다스아이티




해당 영상은 서울경제 유튜브 ‘서울경제’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단정한 외모로 날 맞이한 담당자는 먼저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면접장으로 날 인도했다. 장비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역량검사 프로그램이 깔린 노트북, 웹캠 그리고 헤드셋. 그렇다 보니 집에서도, 심지어 PC방에서도 볼 수 있는 면접이다. 약간의 사전 세팅 후 카메라 각도 조정과 마이크 테스트를 마쳤다. 얼굴을 등록하고,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발성을 통해 내 음성도 등록됐다(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할 수 있다). 얼굴 등록에 찝찝해진 내 마음을 읽은 듯 담당자는 “인공지능은 지원자의 얼굴을 평가하진 않지만 지원자가 모니터에 비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검사 내내 신경 쓰이고 불안해하더라고요”라며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등록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헤드폰을 끼고 자기소개에 문답을 하고 있는 구현모 기자 /사진=조성준 기자헤드폰을 끼고 자기소개에 문답을 하고 있는 구현모 기자 /사진=조성준 기자


■답변 내용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가장 첫 관문은 자기소개. 30초 안에 말하라고 하면서 갑자기 화면에 초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멋지게 시작하려고 했지만 긴장 탓인지 시작부터 음 이탈을 했다. “안녕하세효????!!” 하지만 당황할 필요 없었다. 문항당 한 번씩 다시 답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정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동창회에서 계속해서 나의 흑역사를 꺼내는 친구에게 뭐라 답변할 것인가?” 상황극이 주어졌고 이에 맞는 연기를 선보이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답변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지원자 답변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음성 인식을 통해 표정이나 음색 등을 분석한다. 다만 성실하게 답변해야 이후에 영상을 보게 될 인사 담당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흑역사를 꺼낸 친구에게 ‘트래시 토크’로 응수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리 만무하다.

■게임을 잘해야 점수가 높을까?


드디어 지원자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역량 게임’ 단계에 돌입했다. ‘게임을 못 하는데 어쩌지’ 걱정이 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 단계는 다소 생소하기 때문에 나 같은 겜알못 구직자들은 여러 업체들이 무료로 배포하는 테스트 버전으로 연습해보거나 학원을 알아보기도 한다. 총 10가지 게임을 해야 하는데, 언뜻 보면 추리력이나 순발력을 평가하는 과정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의사결정 패턴과 집중력 변화 패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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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게임 도중 점수를 잃게 되면 지나치게 소심해지고, 게임 속도가 확연히 떨어진다고 한다. 나는 점수를 잃든 말든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위험회피’형보다는 ‘모험’형에 가까운 사람으로 보인다. 점수 결과보다 이런 성향이 결과에 반영되는 요소라고 한다.

지원자들이 제일 어려워한다는 역량 게임.지원자들이 제일 어려워한다는 역량 게임.


결론적으로 게임을 잘하는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 게임의 점수나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원자의 주어진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서 그 사람의 기질을 측정할 뿐이다. 회사마다, 해당 직무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성향이 회사가 원하는 자질인지, 직무에 더 적합한 성향인 지가 중요하다. 게임이 끝나고, 심층 대화가 이어졌다. 앞선 답변들을 토대로 커스터마이즈가 된 질문들이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순간이 없었다면 당신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문답을 끝으로 냉정한 면접관(인공지능)은 긴 검사를 종료했다.

■알고보니 ‘AI 면접’이 아니라 ‘AI 역량검사’

마이다스아이티는 자사의 프로그램 이름을 ‘AI 면접’이 아니라 ‘AI 역량검사’라고 붙였다. ‘면접’처럼 답변 내용으로 그 사람의 지식이나 직무 이해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지원자가 특정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토대로 대인 면접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업무 스타일이나 성향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나의 성향이 직무와 잘 맞는지 잘 모르다 보니 지원 자체를 포기하거나 어렵게 들어가도 금방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AI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더 많이 해봤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 개발사 직원들조차도 매번 점수가 똑같다고 한다. 결국 AI 면접에 대비한다는 학원들은 취준생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셈이다.

“사람 아닌 AI가 우리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까?” 구직자 입장에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면접관의 표정을 통해 분위기를 살필 수도 없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는 고독한 싸움이다. 하지만 학연·지연·외모 등 취업 스펙에 꿀리지 않고 온전히 개인을 파악하는 방식으로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정량적 스펙 때문에 포기했던 기업에 비집고 들어갈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AI 역량 검사를 보는 기업을 최대한 많이 지원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구현모·조성준 인턴기자 fisherman@sedaily.com



이 응시환경은 지원자들이 주로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이다. 만약 헤드셋보다 이어폰이 편하다고 하면 이어폰으로 진행해도 무방하다.이 응시환경은 지원자들이 주로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이다. 만약 헤드셋보다 이어폰이 편하다고 하면 이어폰으로 진행해도 무방하다.




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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