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상갓집 항의'가 추미애의 '2차 학살' 불렀나

반부패·강력부장 '조국 무혐의 주장' 폭로에

秋 "상갓집 추태…공직기강 세울것" 경고 후

중간간부 인사서도 수사라인 물갈이 재연

최강욱 기소 두고 감찰 언급…갈등 심화할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3주도 안돼 ‘학살’에 비견된 두 차례 인사를 단행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手足)을 모두 날렸다. 검사장급 고위간부 인사에 뒤이은 차·부장급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윤 총장은 일부 대검 간부만이라도 남겨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으나, 추 장관은 이 역시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지난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소폭 인사’ 관측 무색하게 2차 학살 감행한 秋 법무=지난 23일 추 장관은 중간간부 및 평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 직후 “인권·민생 중심의 검찰 업무 수행 및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진용을 완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 13개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한 직제개편과 함께 인사가 수사팀 해체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법무부는 “검찰개혁 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 축소가 필요해 형사·공판부를 확대했고 현안사건 수사팀은 대부분 유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청와대 선거개입,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유재수 감찰무마’ 수사를 지휘한 차장검사 3인을 전원 교체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맡았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평택지청장으로,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총괄했던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동부지검에서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이 무마됐다는 의혹을 수사한 홍승욱 차장 역시 천안지청장으로 가게 됐다. 현 정권을 겨냥한 차장검사 3명이 예외 없이 지청장으로 전보된 것이다.

‘수사방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의 팀장 격인 일부 부장검사들 역시 교체됐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김영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은 광주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 났다. 다만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를 맡은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했던 이복현 반부패수사4부장, ‘유재수 감찰무마’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잘못된 문화 바로잡겠다”…‘상갓집 항의’ 빌미 됐나=법조계에서는 지난 고위간부 인사 이후 이어진 논란을 고려해 대검 과장급 간부와 주요 수사팀을 건드리지 않는 ‘절충인사’가 이뤄질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검사장급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인 대검 참모진을 전원 교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여지없이 주요 수사라인을 물갈이하며 예상이 비껴갔다.


일각에서는 지난 18일 검찰 간부 상갓집에서 일어난 ‘항의’ 사태가 2차 물갈이 인사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맡아온 양석조(47·29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직속상관인 심재철(51·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은 무혐의”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공개 폭로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청와대가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 전 장관 기소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전임자인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후 부임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심 검사장이 수사팀 결론과 정반대 의견을 개진하며, 수개월 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미 기소로 결론을 정리했던 수사팀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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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은 이를 ‘상갓집 추태’로 칭하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항의 사태 이튿날인 19일 추 장관은 “대검의 핵심 간부들이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여 왔던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더구나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법무부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대폭 인사를 감행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양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돼 대검 간부들 중 가장 강한 수준의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됐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연합뉴스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연합뉴스


◇최강욱 기소에 감찰 거론한 법무부…추가 반발 부르나=법무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감찰 카드까지 꺼내 든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조국 전 장관 수사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구두 승인 없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기소한 것이 ‘날치기’라는 이유에서다. 추 장관은 “검찰청법에 따라 사건 처분은 지검장의 고유사무이고 소속검사는 지검장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며 “법무부는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하였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하여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검찰은 ‘황당한 논리’라는 입장이다. 법무부가 상위 결재권자인 ‘검찰총장-수사검사’는 뛰어넘고 오로지 ‘수사검사-지검장’ 단계만 가지고 검찰청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는 것. 실제로 윤 총장은 이 지검장과 22일 주례보고를 통해 “이미 기소로 정리된 사안이니 기소하라”고 수차례 이 지검장에게 지시했고, 송경호 3차장검사 역시 인사를 앞두고 대면보고를 통해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이 22일 수사팀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귀가하자 전결권자인 송 차장은 이튿날 아침 기소를 감행했다. 최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아들의 입시를 도울 목적으로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법무부는 이 지검장이 구체적인 보완지시를 했다고 말했지만 수사팀은 사실상 이 지검장이 최 비서관 기소를 막으려는 의도를 가진 채 시간을 끌고 있었다고 본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첫 보고 이후에도 사건 기록을 요청하거나 보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뭉개기’ 위해 인사로 수사라인이 교체될 때까지 버텼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는 “검찰의 연락조차 피하며 수차례 소환에 불응했던 피의자와 기소를 앞둔 밤 ‘소환일정을 조율하라’고 지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보완지시를 수차례 내리면서 기소를 미루는 건 사실상 ‘기소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총장 역시 지난 2013년 지검장으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검토지시’를 받은 점을 들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수사팀은 감찰이나 특검(特檢)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처리를 두고도 갈등이 표출될 전망이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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