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기름 쏙 뺐더니…펄펄 끓는 건면

■소비자 입맛 당기는 '건면'

튀기지 않은 면으로 깔끔한 '신라면 건면'

확 낮춘 칼로리 앞세워 2030 여심 저격

작년 매출 전년比 45% 쑥…美까지 진출

비빔라면 최적화 굵은 면발 '짜왕 건면'

간짜장 맛·향 살려 마니아층 입맛 저격

‘불황에는 신제품이 발붙일 자리가 없다’는 것은 식품업계의 오랜 정설이다. 얇아진 주머니에는 소비자 성향이 보수적이 되기 때문에 신제품이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바닥 모를 불황에 농심 신라면 건면은 ‘라면은 튀긴 면’이라는 공식을 과감히 깬 제품이다. 지난해는 그야말로 신라면 건면의 해였다. 튀기지 않는 건면으로 라면시장에 쏟아진 80여개 신상 라면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최고 히트 신제품으로 등극했다. 신라면 건면은 지난해 월별 라면 매출액 순위 10위권을 오르내리며 전통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농심 건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약 45% 성장한 850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 건면신라면 건면



◇신라면 고유의 깊은 맛에 깔끔함까지=신라면 건면의 인기비결은 ‘국민라면’ 신라면 고유의 국물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맛’과 ‘깔끔함’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전략이다. 신라면 건면의 인기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출시 초반에는 낮은 칼로리로 20~3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점차 깔끔하고 개운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40~50대 소비자까지도 신라면 건면을 즐겨 찾고 있다.


신라면 건면은 건면의 글로벌 상품 가능성마저 보여준 상품이다. 농심은 지난해 9월부터 미국 서부 및 동부 대도시를 시작으로 수출에 나섰다. 농심은 미국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라면에 이어 신라면 건면을 내놓으면서 미국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본기업들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저가제품 위주의 일본라면들과 맛이나 품질에서 차이를 보이는 신라면, 신라면블랙, 신라면건면 3총사로 일본라면을 더욱 추격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미국라면시장에서 일본의 동양수산(점유율 46%)과 일청식품(30%)이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심(15%)은 3위를 달리고 있다. 10년 전 2%에 불과한 농심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일본기업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건면의 미국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관련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주류(主流)시장에서 농심과 신라면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라면은 외국 식품업체의 ‘넘사벽’인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점포에 입점돼 판매되고 있다.

짜왕 건면짜왕 건면


◇‘짜왕’으로 영역 확대…건면의 또 다른 매력 입증=튀지지 않은 건면이 기존 국물 라면을 넘어 ‘짜왕’ 같은 파생 상품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 건면으로 시작된 건면열풍을 짜왕건면으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신라면 건면으로 건면의 대중화를 이끈 농심은 곧바로 그 인기를 이어갈 후속 제품 출시를 준비했다. 기존 라면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제품을 후보군에 올리고 검토한 끝에 농심은 지난 2015년 프리미엄 짜장라면의 시대를 연 짜왕을 선택했다.

관련기사



농심이 짜왕을 선택한 이유는 짜왕의 뛰어난 품질과 꾸준한 인기 때문이다. 짜왕은 출시 직후 굵은 면발에 풍성한 소스와 건더기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그해 라면 시장 최고의 히트제품으로 등극했고, 출시 4년여가 지난 지금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짜왕에 건면 기술력을 더해 맛과 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면 소비자 기호도 확대하고 건면시장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많은 사람들이 수타 짜장면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로 짜장면에서 면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건면으로 실제 중국요리점의 짜장면과 같은 면식감을 구현해내면 맛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짜왕이 비빔타입의 라면이라는 점도 신라면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포인트다. 농심 관계자는 “건면을 비빔라면에 적용하면 신라면건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심은 짜왕건면을 위해 비빔타입에 최적화된 굵은 면발의 건면을 개발해냈다.

농심은 소스맛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소비자들이 맛의 차이를 체감하기 위해선 면뿐만 아니라 소스의 맛도 한층 나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농심 개발팀은 전국 유명 짜장면집을 돌아다니며 시식을 하는 등 발로 뛰는 노력으로 짜왕건면의 소스를 만들어냈다. 김세영 농심 스프개발팀 과장은 “중국요리점에서 간짜장부터 쟁반짜장까지 모든 짜장면 메뉴를 다 주문해서 먹어보며 최적의 소스맛을 찾아냈다. 스프연구원들의 미각이 총동원됐다”고 말했다. 짜왕건면의 맛을 완성하는 화룡점정 ‘볶음짜장소스’는 중국요리점에서 춘장과 각종 야채를 기름에 볶아 짜장소스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로 만들었다. 간짜장 특유의 맛과 향을 한층 살려준다. 분말스프에 표고버섯 추출물을 넣어 감칠맛을 살리고, 실제 간짜장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를 풍성하게 담아 씹는 재미도 더했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건면으로 시작된 건면열풍을 짜왕건면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짜왕건면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건면의 새로운 매력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