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민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은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 전면금지라는 강력한 조치를 정부에 요구했다. 여당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동시에 관광을 비롯한 중국과의 경제교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27일 국회에서 각각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한 폐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관광객 입국 금지’라는 강수를 꺼내 들어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중국에 대한 단체관광을 즉각 금지하고 중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대로 된 백신 치료제조차 없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보건당국의 검역망이 뚫린 것”이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기를 바란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상황과 비교해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해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며 “야당 때는 매섭게 요구하고 대통령이 되니 무책임·무사안일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신상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우한 폐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우한 폐렴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안일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국가의) 모든 사항에 간섭하던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임해주시기를 당부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당도) 긴밀하게 협력해 국민과 함께 퇴치해나가야 한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여당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 ‘검역법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한 폐렴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피해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대응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부가 작은 틈조차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경제에도 큰 불확실성을 들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15년 메르스가 창궐할 당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고 국내시장이 침체되는 등 전염병으로 발생한 경제피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210만명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관광을 포함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과감한 경제적 대응정책을 펼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신종 감염병에 따른 대응력을 높이는 내용의 검역법 처리를 서둘러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한 법을 말한다. 항만 중심으로 검역이 이뤄지던 체계를 운송수단별 특성에 부합하도록 항공기·선박·육로 검역조사로 세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은 지난해 12월 복지위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TF 구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자칫하면 국회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집행속도를 늦추거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며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엽·구경우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