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SK 등 中 현지직원 복귀·출장 금지…우한 폐렴 '피해 최소화' 총력

[우한 폐렴 비상 걸린 기업들]

SK종화, 현지 구내식당 제한

SK이노, 단체활동 모두 금지

포스코, 공장 전체 방역 활동

삼성전자도 대응책 마련 잰걸음

현대차는 직원 건강점검 나서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현지에 법인이나 공장이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지난 2003년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초기부터 강력한 차단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아예 중국 현지 직원을 국내로 복귀시키는가 하면 구내식당 사용을 비롯한 단체모임 자체를 금지시켰다. 또 일부 기업들은 출장 자제령을 넘어 당분간 중국 전역에 대한 출장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현지 공장 전체에 대한 방역활동에 나서는 등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28일부터 중국 전역에 대한 출장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출장자들은 현지 법인에 연락해 조속히 귀국시키기로 했다. LG전자는 당초 중국 출장 자제령을 내렸지만 사태가 중국 전역으로 악화하자 한 단계 강화해 아예 중국 출장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 현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한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종합화학은 한국 직원 10명을 연휴 직전에 전원 복귀시킨 후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장 내 감염 여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대인 접촉 최소화를 위해 현지 구내식당 사용을 금지하고 도시락을 공수해 식사를 해결하도록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전체 메일을 통해 중국 출장을 자제하고 필요할 경우 시급성을 따져 임원 승인 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관련 모든 계열사에 중국 출장 자제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안정화하기 전까지 일상회의와 단체활동도 모두 금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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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지역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 역시 현지 직원들의 중국 내 이동 자제를 권고했고 공장 전체에 대한 방역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 지역 출장도 현업 부서가 자체 판단해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 조금만 생산에 차질을 빚어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전자업계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내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005930)(시안)와 SK하이닉스(000660)(충칭)는 중국 지역 담당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연휴 기간 내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도 연휴에서 직원들이 복귀하면 일단 격리해 검사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생산 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협력사들에는 출장과 관련해 자제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 기간을 당초 이달 30일까지에서 다음달 2일로 연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변화도 감지된다. 연휴 기간에 공장 가동을 멈추는 자동차 업계 등은 공장 재가동 시기가 예상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래 춘제 기간에 공장 가동을 멈춘 뒤 오는 31일부터 정상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연휴 자체가 미뤄진 만큼 대응책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연휴를 끝내고 복귀하는 직원들에 대한 건강점검 등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와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춘제 연휴 기간에도 정상 가동을 유지한 디스플레이·반도체·화학·철강 등 현지 생산 공장은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휴일 체제에 맞춰 교대 근무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춘제 연장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휴 이후 복귀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투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인력 투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상 가동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존 중국 출장 일정을 강행하기로 한 일부 기업들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신제품 출시 행사를 위해 다음달 중국 출장을 앞두고 있는데 회사에서 취소 안내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혹시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먼저 나서서 가지 못하겠다고는 말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변수연·박한신·박효정·박형윤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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