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자의눈]녹색혁명 무색케 만든 산불 참사

김창영 국제부




“호주 산불은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전조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호주 산불로 남한 크기만 한 10만㎢가 불탔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브라질 아마존에서 산불로 불탄 면적보다도 46% 더 크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무역전쟁, 미국·이란 간 갈등 등 굵직한 정치·경제 뉴스에 가려졌던 호주 산불은 흔했던 코알라가 멸종 위기에 처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5개월 만에 야생동물 10억마리가 죽었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재난 대응 총책임자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조차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고 하니 산불이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됐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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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해마다 등장하는 흔한 뉴스라지만 이번 호주 산불은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난해 아마존을 집어삼킨 산불은 원주민의 화전과 벌목, 정부의 개발 정책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산불은 온난화가 주범인 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방화범들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환경보호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뉴스일 뿐 전례 없는 무더위와 가뭄이 최악의 산불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지구가 더워지면서 기온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무서운 사실은 산불이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3개월간 호주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3억5,000만톤으로 연간 국가 전체 배출량의 3분의2에 달한다. 휘발유나 경유차 1대가 연간 4~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화석연료 자동차 7,500만대의 1년치 배출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해야 할 대자연이 탄소 배출구로 전락하고 있다.

연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0만대 정도에 불과하다. 전기차 팔아서 절감한 이산화탄소보다 산불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훨씬 많다. 산불을 막지 못하면 녹색혁명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국제사회는 무용지물 위기에 처한 파리기후협정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kcy@sedaily.com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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