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공항 출입국심사대·수화물검사대 등을 지날 때 여권과 탑승권을 일일이 보여주지 않고도 비행기 탑승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얼굴·영상인식 기술입니다.”
생체보안 기업 씨유박스의 남운성(사진) 대표는 28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탑승객의 얼굴로만 본인확인 절차를 끝내면 공항 대기시간이 대폭 줄고 공항도 보안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유박스는 인천·제주·김해공항 등에 자동출입국심사대 200여대를 구축했다. 현재 출입국심사대 일부에 설치된 무인장비에 여권을 댄 후 얼굴로 본인확인 절차를 마칠 수 있다. 남 대표는 “지금은 얼굴인식 시스템이 출입국심사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 항공권 발권 키오스크부터 수화물 접수, 보안검색, 탑승구까지 모든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생체식별정보와 여권·탑승권 정보를 하나로 묶어 여객 수속을 간소화하는 ‘원아이디’ 시스템이 구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유박스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여권 정보의 얼굴 사진을 인공지능(AI)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실제 얼굴과 비교해 식별하는 AI 엔진을 개발했다. 함께 개발한 카메라모듈이 탑재된 이 장비로 발권부터 탑승까지 2~3시간 동안 2만~3만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도
얼굴 식별이 가능하다. 남 대표는 “지난해 말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얼굴인식 장비 17대를 투입해 행사 참가자 2만여명을 보안검색했는데 오인식률이 ‘제로’였다”고 강조했다.
정확성과 함께 경비절감 효과까지 알려지면서 전 세계 공항의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출입국심사 무인장비 운용비용이 유인부스 한곳의 10분1에 불과하다”며 “글로벌로 보면 생체인식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씨유박스는 지난 2013년 처음 인천공항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2016년 서울·과천·대전·세종 정부종합청사에도 얼굴인식 단말기 200여대를 설치했다. 최근 싱가포르에 합자회사를 설치한 씨유박스는 올해 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 시스템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씨유박스는 남 대표의 세 번째 창업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그는 2000년대 초 웹메일 업체를 만들어 투자금을 회수한 후 학습지 태블릿 사업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후 법무부 내 시스템 유지보수 수주를 계기로 2010년에 세운 것이 씨유박스다. 그는 융합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사들의 진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의 4배인 400억원으로 잡았다.
그는 “수주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을 양산·판매하고, 해외매출도 올해부터 가시화할 것”이라며 “얼굴뿐 아니라 위험상황까지 인지하는 AI카메라를 개발해 앞으로 스마트시티의 안전망 구축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