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선 영입인재 논란 포퓰리즘 후유증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의 4·15총선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씨가 ‘미투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민주당 취약계층인 ‘이남자(20대 남자)’를 공략하기 위해 영입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남달랐던 만큼 민주당 안팎에서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 원씨의 낙마는 ‘인기영합식’ 인재영입 강행이 빚은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2030세대의 표심을 잡는 일에 혈안이 돼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이다. 이렇게 된 데는 집권 여당의 잘못이 가장 크다. 민주당의 1호 영입 대상이었던 최혜영씨는 발레리나를 꿈꾸다 불의의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뒤에도 좌절하지 않고 재활학과 교수가 됐고 홍정민 박사는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육아 중 사법고시에 패스했다는 미담으로 주목받는 등 스토리 있는 인재를 영입 1순위로 삼았다. ‘사연팔이식’ 인재영입은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를 1호 인재로 내세운 데 이어 극지탐험가 남영호씨, 이미지전략가 허은아씨 등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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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인생 역경을 헤쳐온 정치신인 수혈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인재영입의 본래 취지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자는 것이다.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데 필요한 전문가를 외부에서 수혈해 당의 혁신을 꾀하자는 게 아닌가.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인재영입 경쟁의 현주소는 ‘인생극장’ 일색이다. 여당은 여기서 한술 더 떠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이탄희·이수진 전 판사를 영입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영입인재 대부분이 정치초보라는 사실도 걱정스럽다. 지금처럼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용 인재영입은 결국 20대 식물국회를 되풀이하는 비극만 남길 뿐이다. 한 표라도 더 얻을 요량으로 국회를 인생극장으로 채울 생각일랑 버리고 최소한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들을 영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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