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상담을 빌미로 접근해 4억원에 가까운 돈을 갈취하고 폭행상해를 일삼은 뒤 20대 초등학교 여교사를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29일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살인과 특수폭행,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7)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계속해서 폭행을 가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피고인이 편집성 성격장애와 같은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만 범행 전후 행동을 모두 고려할 때 변별 능력이 없을 만큼 중하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여러 교회를 돌아다니며 개인적 고민과 갈등을 겪던 초등학교 여교사 A(27)씨 등 3명에게 상담 등을 빙자해 접근했다. 그는 자신이 ‘신을 대변한다’는 등의 말로 교주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아랫사람처럼 부렸다.
청소와 설거지, 애 돌보기 등 자신의 집안 허드렛일을 시켰고, 헌금 명목으로 돈을 빼앗았다. 특히 “통장에 돈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A씨의 각종 보험금과 예금을 모두 갈취하는 등 피해자들로부터 166차례에 걸쳐 3억9,800여만원을 착취했다.
이외에도 피해자들을 상습적으로 나무 막대기나 야구방망이를 이용해 구타했고, 피해자들이 하나 둘씩 연락을 끊으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하자 마지막으로 남은 A씨에게 강한 집착을 보였다.
김씨는 결국 지난해 6월 2일 오전 10시 35분경 제주 서귀포시 모 아파트에서 A씨가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0여분간 얼굴과 몸통 등을 수차례 때려 췌장 파열로 인한 복강 내 대량 출혈로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았음에도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1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 1심 재판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