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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팁] 난소 기능 살리고 시술 간단한 자궁내막증 새 치료법

난소 침범한 자궁내막 조직 낭종이

난임, 극심한 생리통·허리통증 유발

난소낭종 내용물 배액관으로 빼내고

알코올로 탈수…낭종·통증 대폭 줄어

# 지난해 여름부터 골반과 아랫배는 물론 엉덩이와 허리 주변까지 심한 생리통과 함께 저릿한 고통으로 고생해온 30대 여성 A씨. 사회생활 때문에 늦은 나이에 결혼한 A씨는 진통제로 버티다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에 이어 메스꺼움·구토 증세까지 겹치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자궁을 이루는 조직들이 난소까지 침범한 자궁내막증이라고 했다. 자궁 초음파 화면에서 끈적한 액체로 채워진 주머니(낭종)들이 확인됐다. 낭종은 난포 숙성과 성숙해진 난자의 배란을 방해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자궁인대·나팔관 같은 주변 조직에서 자라 생리주기에 따라 조직변화와 출혈을 반복하며 옆 장기에 들러붙는 유착 현상,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김만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김만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자궁내막증 환자들은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많은 수가 생리 전부터 극심한 생리통과 허리통증을 호소한다. 임신을 어렵게 하는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난자와 정자, 그리고 수정란 이동통로인 나팔관이 자궁내막증으로 들러붙으면 불임이 되기 쉽다.

통상 가임기 여성의 약 10%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진료인원은 지난 2014년 8만9,800여명에서 2018년 약 12만2,30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난임 또는 불임 증가로 이어진다.


자궁내막증 치료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수술은 가장 흔한 치료법이지만 절제 과정에서 건강한 난소 조직 일부가 제거돼 난소 기능 또는 임신 능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이미 자궁내막증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가느다란 바늘을 이용한 경화요법도 일부 시행된다.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주머니 안으로 바늘을 삽입해 내부 액체를 제거하고 알코올로 씻어낸다. 수술법보다 상처가 작아 감염 위험이 낮지만 탁하고 끈적거리는 자궁내막증 구성물을 바늘로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배액관 자궁내막증 초음파


필자는 바늘을 이용한 알코올경화술보다 성공률이 월등히 높은 ‘배액관 이용 자궁내막증 경화요법’을 시술한다. 초음파를 보면서 배 쪽 피부나 질로 접근해 자궁내막증 부위에 가느다란 플라스틱 튜브관(배액관)을 삽입한다. 배액관을 사용하면 내용물을 더 쉽게 빼낼 수 있고 자궁내막증 벽에 알코올을 균등하게 20~30분 이상 발라줘 내벽 세포를 탈수시켜 내막증을 치료한다. 이 과정이 경화요법의 핵심이다. 알코올이 복강 내 다른 부분으로 퍼지는 부작용은 거의 없다. 전신마취나 절개를 하지 않으며 시술 후 난소 기능 저하나 유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이 자궁내막증 환자 14명에게 95% 농도의 알코올과 배액관을 이용해 자궁내막증 경화요법을 시행하고 1년 뒤 낭종 지름을 재보니 평균 5.8㎝에서 1.1㎝로 작아졌다. 통증은 모든 환자가 확연하게 줄었다고 답했다. 혈액검사 결과 난소 기능은 문제없이 보존됐고 시술 연관 합병증도 없었다. 연구 결과는 영상의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 ‘방사선학(Radiology)’에 발표됐다.

신체에 고통을 주고 임신까지 어렵게 만드는 자궁내막증. 난소와 임신 기능을 보존·유지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됐으니 포기하지 말고 늦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자.
/김만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만득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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