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우한폐렴' 낸드·D램 수요에 직격탄…반도체 '낙관론' 사그라드나

[우한폐렴-먹구름 드리운 반도체]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차질 불가피

화웨이 등 中기업은 신제품 미뤄

삼성·SK도 핵심시장 마비에 타격

내달 D램값 하락땐 올 시황도 잿빛

회복세 타던 업황에 찬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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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는 다음달 11일부터 이틀간 중국 선전 본사에서 개최하려던 개발자콘퍼런스(HDC)를 최근 3월 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대응 조치이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3월 말 개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글로벌 IT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면서 회복세를 타고 있는 반도체 업황 또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한 폐렴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수요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 내 애플 생산업체인 팍스콘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며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와 D램 등의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에서 겨우 벗어났던 중국 IT업체들이 다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무엇보다 화웨이가 개발자콘퍼런스 개최를 늦추는 등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신제품 및 신기술 공개가 당분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수요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이번 바이러스의 발원지이자 국내 반도체 업계의 메인 시장인 중국 시장이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각종 공장 가동 중단 및 교통 통제 등으로 경제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BS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3%가량을 차지하는 글로벌 1위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3·4분기까지 삼성전자 매출의 24%, SK하이닉스 매출의 48%를 차지하는 한국의 주요 시장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로 관련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중국 경기 악화에 따른 반도체 부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애플 등 일부 세트 업체의 제품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현지 스마트폰 부품업체 일부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영향으로 관련 부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주요 고객사라는 점에서 반도체 시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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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기준) 1개당 현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말 3.03달러에서 이달 22일 3.37달러로 3주 만에 10%가량 껑충 뛰었다. 반도체 현물 가격은 업황 측정의 가늠자인 반도체 고정가격의 선행지표로 이달 말 발표되는 반도체 고정가격 또한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

문제는 다음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산업계 영향이 본격 반영될 다음달 D램 고정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올해 반도체 시황은 장담하기 힘들다. D램 가격은 지난 2018년 9월 1개당 8.1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81달러로 3분의1토막이 나며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가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일부 반도체 업체는 D램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 변경 등으로 반도체 공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세가 다시금 주춤할 경우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이익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메르스 사태는 당시 안 좋았던 반도체 시황을 한 단계 더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이전과 달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 춘제에 따른 연휴로 D램익스체인지의 현물 가격 공시가 일주일가량 중단됐다는 점에서 30일 공개되는 반도체 현물 가격이 다음달 고정가격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 또한 당분간 실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이달 23일(현지시간) 4·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총 1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투자 집행에 따른 신규 서버·PC용 중앙처리장치(CPU) 양산까지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인텔이 서버용 CPU인 ‘아이스레이크’를 출시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아마존 등 클라우드 사업자의 서버 교체 수요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시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반도체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반도체 구매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 가동 차질에 따른 공급 감소로 마이크론이나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지만 전체적인 수요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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