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파장이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선제대응은커녕 첫 환매 중단 이후 후속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인데다가 아직 라임 펀드의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사모펀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규모가 5년새 2배 가까이 급증해 400조원을 넘어섰지만 이에 걸맞는 리스크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1조6,000억원이 넘는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운용의 전모는 충격적이다. 라임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담은 펀드를 개방형으로 판매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자전거래와 전환사채(CB) 편법거래를 서슴지 않았다. 또 펀드가 투자한 자산의 부실을 확인하고도 추가로 일반 투자자에 해당 펀드를 판매하기까지 했다.
특히 라임이 오는 3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모펀드)에 투자한 3,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결정하며 감독 당국 책임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라임은 지난해 9월부터 해당 펀드 자산의 1,200억원가량을 유동성 위기에 몰린 라임의 다른 부실펀드들에 재투자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라임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이 같은 자전거래를 막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라임 펀드 투자자들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유동성이 낮은 상품을 원칙적으로 환매 가능한 개방형 펀드라고 소개해 파는 과정에서도 감독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라임 펀드에 투자한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며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음에도 감독 당국은 펀드 실사 결과 확보가 늦어지며 투자자의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융 당국은 과연 무엇을 했냐”는 원성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이 최근 급격히 커졌지만 이를 최소한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부족했다”며 “라임 사태는 어찌보면 사모펀드 시장의 급팽창에 따른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당국 대로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펀드와는 달리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불법이 아닌 경우 개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법이 확인돼도 피해규모가 확정되고 나서야 수습에 들어갈 수 있다. 그전까진 운용사의 ‘선량한 관리자’ 의무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를 문제로 지적한다. 환매를 위한 예외적인 경우라면 펀드 간 자전거래가 허용돼 금융감독원이라도 해당 거래를 막을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환매에 응하기 위한 자전거래를 허용했다. 지난해 10월 처음 환매 중단이 발생했을 당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자전거래가 불법은 아니다”며 “모든 환매 상황을 금융감독원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선관 의무를 져버린 경우에 대한 사후 처벌을 강화해 운용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용의 자율성을 줘 수익성을 높이는 대신 손실을 감내하게끔 하는 것이 사모의 취지”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전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수탁사와 자산운용사의 펀드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불법적인 운용이 드러났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