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 원종건씨가 ‘데이트폭력 의혹’ 논란 속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단체가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성폭력 피해자 40여명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진 전국미투생존자연대(미투연대)는 29일 성명을 내고 “인재영입 미투사건은 이번 총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충격적인 소식”이라면서 “각 정당은 ‘미투’를 공천 심사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는 “미투를 공천과정에 넣자는 것은 권력형 성폭력과 약자 혐오 전력이 있는 이들을 공천 과정에서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성명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투연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외에도) 표만 얻을 수 있다면 국민들의 기준과 눈높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공정한 잣대를 허용하는 모든 정치권과 정당의 문제”라고도 했다.
미투연대는 이어 “미투로 인해 국민들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미투 운동 이전과 같은 안이한 인식과 태도로 심사공천의 기준을 하향 적용, 영입인재 스스로 자격을 반납하고 출마 포기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했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미투연대는 “각 정당은 미투를 공천 심사기준에 적용해서 공천자들이 성폭력, 성구매, 갑질, 약자혐오 발언 및 착취 등에 동조한 자들을 배제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미투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던 성차별적 구조, 갑질, 위계폭력 등 야만적인 고질병을 근절하려는 국민적 합의와 혁신 노력”이라며 “시민으로부터 시작된 사회개조운동을 정치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느낌표 눈을 떠요에 출연했던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라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원씨의 과거 여자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모두 경험을 바탕으로 한 100%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원씨와 1년 가까이 교제하면서 지켜본 결과 그는 결코 페미니즘을 운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A씨는 “원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노리개 취급해 왔고, 여혐(여성 혐오)과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으로 저를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원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라며 하반신 사진과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는 또 “성관계동영상 촬영도 수차례 요구했다. 제가 그것만큼은 절대 용납 못 한다고 거절하면 ‘그럼 내 폰으로 말고 네 폰으로 찍으며 되잖아’라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촬영을 요구했다”면서 “어느 날 침대에 놓여 있던 제 휴대폰으로 제 뒷모습과 거울에 비친 자기 나체를 촬영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A씨는 아울러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는 거 전혀 무섭지 않다. 제가 말한 사건들은 증거자료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본인의 만행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공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한 사건인데 이대로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폭로 이유를 설명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원씨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된 것만으로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원씨는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제가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 공방 자체가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면서 민주당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으로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한 원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후 사무총장 산하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서 논란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후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최고위원회가 윤리심판원에 사안을 넘겨 합당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