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그룹 감독 법제화, 제2의 재벌규제 되나

[금융감독 추진방향 세미나]

당국, 상반기 중 모범규준 개정

감독대상에 계열사 거래 등 포함

재벌 사전통제 근거 남용 가능성

"사회주의적 경제노선의 산물"

김종석 의원 입장문 통해 비판

김상조(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청와대 정책실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청와대 정책실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여당이 삼성·현대차·한화 등 금산결합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을 종합 관리하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법이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재량적 규제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교수는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관리는 지주회사제도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은행 계열 금융그룹에 대한 연결 감독을 보완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를 근거로 금산결합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추진하고 있다”며 “2개 이상 금융회사와 그룹 총자산 5조원 이상이라는 감독 대상 근거 역시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그룹의 집중위험과 전이위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관리 감독 대상을 지배구조, 계열사 거래 등 비재무적 지표로 확대할 경우 재벌 그룹을 사전적으로 통제하는 근거로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그룹감독제도는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등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금융지주 제외)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 당국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 형태의 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관리 대상은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개 금융그룹(금융자산 5조원 이상)이다.


이날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규제는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관리에 치우쳐 보완이 필요하다”며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규율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본적정성은 금융그룹에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 손실을 흡수하기 위한 준비 수준을 점검하는 것으로 위험관리의 필수 항목이지만 현재의 금융그룹 위험관리 체계는 지배구조 리스크처럼 손실이나 부실화를 막는 사전적 리스크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의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당장 올 상반기에 마련되는 모범규준 개정안에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을 통제하는 근거가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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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금융그룹통합감독은 기업을 국가가 지배하겠다는 ‘사회주의적 경제노선’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카드·금융투자 등 업권별 금융감독과 별도로, 금융 계열사가 속한 그룹사에 또 다른 규제와 의무를 부과해 비금융계열사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만큼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세미나 내용을 토대로 1·4분기 중 금융그룹 감독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모범규준을 개정, 연장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그룹감독제도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 이날 행사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제화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한 번도 심의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위험관리가 체계화되고 위기대응 능력이 높아지면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금융그룹은 물론 우리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며 “개별 금융업권 규제와 중복되지 않도록 그룹 리스크 평가방안을 정교화하는 것은 물론 재무적 위험과 비재무적 위험을 함께 관리해 금융그룹이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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