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편하고 싸진 로밍..."해외전화도 마음껏"

휴대 와이파이·유심 구매 급증에

이통 줄줄이 음성통화 혜택 늘려

빼앗긴 고객 되찾아 파이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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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032640)를 이용하는 직장인 김한성(가명)씨는 이달 초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무제한 데이터 로밍제에 가입하다 기존 상품에 무제한 음성통화 발신까지 추가된 사실을 알았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회사에 연락할 때는 인터넷 기반 메신저 음성 전화를 주로 썼는데, 연결상태가 불안정해 수시로 끊기거나 수 초간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반면 이번 방미 기간에는 전혀 해외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과 수시로 통화하며 편리하게 업무를 마쳤다.

2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줄줄이 음성 전화 혜택을 강화한 로밍 서비스를 내놓으며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터 로밍에 가입한 뒤 해외에서 국내와 연락할 때는 인터넷 메신저나 전화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해외에서 전화를 받기만 해도 적지 않은 요금이 부과되다 보니 일단 오는 전화를 ‘수신 거절’한 뒤 ‘메시지로 주세요’라고 문자나 메신저를 이용하는 풍경이 낯익었지만, 이제는 부담 없이 음성전화를 주고받는 모양새다.


음성로밍 경쟁의 포문은 KT(030200)가 열었다. KT는 2018년 5월 해외에서도 국내처럼 초당 1.98원으로 전화할 수 있는 ‘로밍 온(ON)’을 출시해 전체 해외여행객의 93%가 방문하는 45개국에 적용 중이다. ‘로밍 온’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항 로밍센터에서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국내로 전화하면 자동으로 국내 요금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최근 이용국에 추가된 룩셈부르크의 경우 과거에는 현지에서 한국에 전화할 때 1초당 77.88원이 부과됐지만 지금은 1.98원으로 무려 97% 인하 효과가 생긴다. KT는 최대 3명까지 데이터를 나눠쓸 수 있는 ‘로밍데이터 함께 온’ 이용 국가도 88개국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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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017670) 역시 2018년 12월 ‘바로(baro)’를 출시했다. 이용자가 해외로 갈 때 종류에 관계없이 ‘바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면 171개국에서 별도 절차 없이 음성 발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음성로밍의 특징은 해외에서 해외 현지로 전화할 때도 무료라는 점이다. 해외로 업무차 출장을 가거나 여행 중 호텔, 식당과 전화할 때도 요금 걱정 없이 통화할 수 있다. 출시 13개월이 지난 바로 요금제 통화 누적건수는 8,500만건을 돌파했고 누적 가입자도 500만명을 넘어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해외에 나가 보면 저희 로밍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바로 로밍은 주요 혁신 사례로 꼽힌다.

LG유플러스도 질세라 지난해 9월 ‘제대로 로밍하자’는 뜻의 ‘제로’ 로밍제를 선보였다. ‘제로 프리미엄’의 경우 하루 1만3,200원에 데이터·음성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어 경쟁사들의 하루 무제한 상품 대비 가장 요금이 저렴하고 서비스 국가도 가장 많은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함께쓰기 기능으로 동행자와 하루 5GB를 같이 쓸 수 있고, 중국과 일본 전용 요금제는 장문 문자(MMS)까지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해외 로밍 상품은 가입된 이통사 상품을 그대로 쓰는 데다 출장이 잦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로밍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통사들은 왜 로밍 경쟁에 뛰어들었을까. 최근 들어 휴대용 와이파이를 쓰거나 방문국 유심칩을 따로 구매하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체 해외 출국자 가운데 이통사 로밍서비스 이용 비율이 20~30%대로 뚝 떨어졌다. 로밍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에 저렴한 대체재들이 급성장하면서 통신사 수익이 급감했다는 얘기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계속해서 로밍 고객을 뺏기느니 가격을 낮춰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며 “휴대전화 로밍이 가장 간편한 수단인 만큼 저렴해졌다는 인식이 퍼지면 로밍 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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