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1억명, 미국 밖에서도 5,000만~6,000만명을 TV 앞으로 끌어모을 ‘지상 최대의 쇼’가 열린다.
2월3일 오전8시30분(이하 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단판 승부가 펼쳐진다.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우승팀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대결이다. 두 팀이 슈퍼볼에서 맞붙기는 사상 처음이다. 30일 ESPN이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는 77명 중 48명(62.3%)이 캔자스시티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스코어 예상에서는 대부분이 10점 내 점수 차로 승부가 가려질 것을 전망할 만큼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마홈스의 황제 등극이냐, 샌프란시스코의 마법이냐=50년 만에 슈퍼볼 무대를 밟는 캔자스시티는 이번에 창단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7년 만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는 슈퍼볼 최다 우승 공동 1위(6회) 기록을 노린다.
키워드는 ‘마홈스’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캔자스시티)가 활약을 이어갈지, 샌프란시스코 수비에 막힐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 메이저리그 투수 팻 마홈스의 아들로 야구도 겸했던 마홈스는 대학 시절 16탈삼진을 곁들인 노히트 노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투수로 기른 어깨 덕분인지 NFL에서의 그는 ‘패스 달인’으로 통한다. 발도 빨라 패스가 여의치 않으면 러싱 공격으로 상대를 뒤흔든다. AFC 챔피언십에서 마홈스는 팀 러싱 야드의 절반에 가까운 53야드를 책임졌고 3개의 터치다운 패스와 294 패싱 야드를 기록하며 팀을 챔프전으로 안내했다. 톱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슈퍼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와일드카드전에서 조기 탈락한 터라 마홈스로서는 NFL의 새 황제 칭호를 물려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슈퍼볼에 올라 두 차례 우승한 브래디는 1977년생, 마홈스는 1995년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 4승12패의 수모를 한 시즌 만에 챔프전 진출로 바꿔놓은 마법의 팀이다. 지난 시즌 부진은 쿼터백 지미 가로폴로의 부상 탓이 컸다. 가로폴로가 돌아온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는 13승3패를 거뒀다. 뉴잉글랜드 시절 브래디의 백업 신세를 면치 못하던 가로폴로는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5년 1억3,700만달러 계약(2018년)에 사인하는 거물이 됐다. 당시 NFL 역대 최고 연봉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가로폴로와 카일 섀너핸 감독의 정평 난 수비 전술로 마홈스의 캔자스시티에 맞선다.
◇닭 날개 판매만 14억개…‘윙고노믹스(Wing-onomics)’=우리나라에서 야구 관람에 ‘치맥(치킨과 맥주)’이 빠질 수 없듯 미국인들은 슈퍼볼 관람 때 닭 날개(치킨 윙)를 빼놓지 않는다. 전미가금협회는 올해 슈퍼볼이 낀 주말에 대회 사상 최다인 14억개의 치킨 윙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닭 날개의 경제학이라는 뜻으로 ‘윙고노믹스(Wing-onomics)’라는 제목을 달며 외식업계의 슈퍼볼 특수를 조명하기도 했다. 닭 날개와 함께 피자·감자칩·음료 등도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티켓 시장도 ‘역대급’ 활황이다. 30일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입장권 재판매 사이트인 시트긱에서 올해 슈퍼볼 티켓은 평균 6,845달러(약 811만원)에 팔리고 있다. 재판매 티켓 기준 역대 최고가다. 슈퍼볼 사상 가장 작은 규모의 구장에서 열리는데다 최고 기온 섭씨 20~25도의 따뜻한 마이애미 날씨, 최근 몇 년 새 슈퍼볼 경험이 없는 두 팀의 만남 등 흥행 요인이 겹치면서 재판매 티켓 평균 가격은 7,000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티켓을 구하려면 가장 비싼 좌석에 최소 3만9,000달러(약 4,623만원)는 줘야 한다.
올 슈퍼볼의 30초당 TV 광고 단가는 최고 560만달러(약 66억3,800만원)에 이른다. 2008년 단가가 약 270만달러였으니 12년 새 107%가 뛴 셈이다. 슈퍼볼 광고의 단골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참여해 GV80·쏘나타·셀토스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