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허위로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미국 대기업 대상 투자 및 암호화폐 상장 계획 등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현혹한 의혹을 받는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금액은 6억여원이지만 전체 피해자로 확대하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의 고소 사건을 접수하고 피의자 측인 T투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T사는 일반 투자클럽처럼 운영돼왔지만 최근에는 암호화폐의 일종인 증권형(STO) 토큰을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T사는 투자자를 속이고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챙겨갔다.
고소인 A(64)씨는 2018년 12월 T사 관계자인 피의자 B씨 등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고 B씨는 A씨에게 특정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했다. T사 측은 해당 기업에 투자하기만 하면 A씨에게 매일 20만원, 매주 100만원, 매달 400만원씩 최대 5,000만원의 배당수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위해 거래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A씨는 총 3,000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지난해 2월까지 총 2,730만원을 배당받은 뒤 이후부터는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도 다 받지 못한 것이다.
이후 T사 측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손해를 만회하고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 7월 상장될 예정인 증권형 토큰 거래소가 새로운 투자처였다. 증권형 토큰은 암호화폐의 일종으로,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토큰을 투자할 수 있다. A씨 측에 따르면 T사는 기관투자가 모집이 마무리됐고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27억원만 모집되면 바로 상장이 가능하다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토큰 1개의 값을 50원으로 계산해 제공하고 상장되면 토큰 1개당 가치가 수십배 급등할 것이라는 게 T사의 주장이었다. 이를 믿은 A씨는 1억원을 입금하고 약정서를 받았지만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 측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측이 작성한 고소장에는 피해자가 20여명에 이르고 이들의 피해금액은 5억7,000만여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A씨 측은 T사가 전국 조직을 운영한 만큼 전체 피해금액은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고소인은 “T사는 전국에 600여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회원은 1만~1만5,00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며 “지금도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피고소인 측은 “증권형 토큰 상장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피해자들을 만나 향후 상장계획 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돈을 드리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가인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형 토큰은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을 통해 하는 방식으로, 주식과 같은 개념”이라며 “일반 대중에게 증권형 토큰을 발급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