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의 관심인 단기 유동성 공급은 최소 2·4분기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금리를 연 1.50~1.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의 통화정책은 경제의 지속적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에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온 연준 성명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계지출 증가 속도를 ‘강한(strong)’에서 ‘완만한(moderate)’으로 바꾼 정도다. 특히 파월 의장은 2% 인플레이션 목표와 관련해 지금 상황이 “불만족스럽다”고 밝혀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생각보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시작한 단기 유동성 공급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단기물 국채 매입을 최소한 2·4분기까지 이어가고 하루짜리 초단기 거래인 오버나이트 시장 안정을 위한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도 오는 4월까지 지속한다. 연준은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유동성 공급을 양적완화(QE)와 구분하지만 시장에서는 단기 유동성 공급이 주식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넘겨 연준에 맡길 때 적용하는 이자인 초과지급준비금리(IOER)는 1.55%에서 1.60%로 0.0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면서도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 월가에서는 이를 통화정책 전환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 확대가 증시거품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고민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지금의 금리동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이 나온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에도 미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FOMC 후 씨티그룹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2·4분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있다. 드루 매터스 메트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수석 시장전략가는 “연준은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며 “3월쯤 자산매입과 관련해 언급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미국의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는 시장 예상치와 같은 2.1%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GD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담했던 3%에 못 미치는 2.3%에 머물렀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