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재정 조기집행 확대에 이자비용 69배 '껑충'

작년 한은 차입금 등에 1,648억

올해도 조기집행…부담 가중 우려

3115A06 정부의 한국은행 일시차입금 및



정부가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상반기 재정조기 집행을 크게 늘리면서 부족한 자금을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충당한 이자비용만 1,6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대비 약 69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도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62%로 설정한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가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추경호 의원실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일시차입한 자금에 따른 이자비용은 1,648억1,000만원이다. 2018년 일시차입금 이자비용이 24억1,0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68.8배 늘어난 셈이다.


일시차입금은 정부가 지출자금이 부족할 때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거나 재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하는 돈으로, 미리 잠시 빌렸다가 갚아 나가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개념이다. 지난해 정부가 한은에서 빌린 돈은 총 36조5,000억원이며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279억6,000만원이었다. 재정증권 발행 평균잔액은 7조8,000억원,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1,368억5,000만원에 달한다. 한은 차입금이 재정증권 발행 평잔보다 많은데도 이자비용이 덜한 것은 정부가 한은 차입금 상환 부담을 더 크게 느껴 재정증권으로 조달한 빚보다 먼저 갚아나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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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의 일시차입금 규모가 대폭 커진 배경으로는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비중 증가가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세계 교역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연초부터 예산을 대거 투입해 경기에 활력을 주기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쏟아부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가 관리하는 ‘주요 관리대상사업’ 예산 291조9,000억원 중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190조7,000억원으로 연간 계획의 65.4% 수준이었다. 이는 전년대비 28조1,000억원을 초과 집행한 규모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치였다.

상반기 재정집행규모는 2000년대만해도 53~59%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018년 62.1%, 2019년 65.4%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지출 확대에도 민간의 소비나 투자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자료를 보면 정부지출로 성장률 2.0%를 가까스로 지탱했지만 민간 부문 활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승수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다만 저금리 상황에 통화정책의 여력이 줄어든 만큼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대응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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