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특히 (초조했던) 공항 대기시간이 9시간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교민들 모두 질서 있게 행동했고 누구 하나 화내는 사람도 없었어요.”
회사 출장으로 중국 우한에서 두 달간 체류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31일 오전 정부가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20대 남성 A씨는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거주지에서 우한 톈허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면서 “총영사관에서 보내주는 공지가 계속 바뀌어서 답답했지만 수 백명의 교민들을 24시간 관리하고 지원하느라 고생했을 영사관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주우한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교민들에게 집결장소 4곳을 정해주고 가급적 버스를 타고 톈허공항 인근 톨게이트로 이동하라고 공지했다. 그는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집결장소가 30㎞ 떨어져 있어 회사 동료들과 함께 버스를 대절해 30일 오후7시(현지시각)께 공항으로 향했다”면서 “도중에 차량통제를 했지만 1시간여 만에 공항 톨게이트까지 간 뒤 1시간쯤 기다려 영사관 측에서 제공한 버스로 갈아타고 공항 출국장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공항에 도착한 뒤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건강상태 질문지를 작성한 뒤 비행기표를 끊고 출국 수속을 마쳤다. 전세기 탑승을 기다리는 교민 중에는 어린이가 최소 10명 정도 있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탑승할 때는 5명씩 뒷좌석부터 태웠고 다시 한번 발열 체크를 한 다음 마스크를 나눠줬다”면서 “열이 있는 사람들은 원래 지정해준 자리에 앉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기내 상황을 설명했다.
승무원들은 감염을 우려해 기내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보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물도 승무원들이 나눠주지 않고 물병을 좌석에 비치해 각자 마시도록 조치했다. 비행기는 한국시각으로 이날 오전5시께 김포공항을 향해 이륙했다. 거주지를 출발한 지 10시간 만이었다. A씨는 “새벽 시간이라 대부분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면서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우한을 떠난다는 생각에 다들 안도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김포공항 착륙 후 발열 여부 확인 결과 이상이 없어 대기하던 버스에 탑승했다. 김포공항 검역 과정에서 6명이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버스에서는 두 좌석당 한 명씩 앉았고 대부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는 “새벽부터 장시간 대기해 배가 고팠지만 버스에서 간식을 나눠주지는 않았다”면서 “우한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받은 초코파이 2개와 직접 챙겨온 비상식량으로 허기를 채웠다”고 말했다.
오후1시께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한 A씨는 앞으로의 격리생활이 걱정이다. 그는 “앞으로 2주간 독방생활을 해야 하는데 많이 답답할 것 같다”며 “뭘 하고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아산 주민들이 정부의 격리조치에 반발한 것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했다. 우한 현지에 남아 있는 교민들에 대해서는 “오늘이라도 전세기가 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영사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진천=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