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 먹방 10년…'푸드 홀릭' 코리아

솊방·쿡방서 관찰 예능까지

포맷 계속 진화…열풍 지속

불황·미디어플랫폼 발전 등

경제·사회·기술변화도 한몫

한식대첩3 ‘서울팀’ 이우철(왼쪽), 임성근 명장 /사진제공=올리브한식대첩3 ‘서울팀’ 이우철(왼쪽), 임성근 명장 /사진제공=올리브



# 지난 2018년 여름 종로 곱창거리. 곱창구이는 숯불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특성상 여름에는 인기가 없기 마련이지만 당시는 어느 곱창가게든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을 이뤘다. 소 내장이 때아닌 인기를 끈 것은 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곱창을 먹는 모습이 MBC ‘나 혼자 산다’에 방영됐기 때문이다. 곱창은 500㎏의 소에서 4~5㎏밖에 나오지 않고 신선도에도 민감해 영업시간 전에 재고가 없어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았다. 종로 A곱창집 주인은 “그때 얼마나 많은 고객이 밥을 볶아달라고 하던지 손목이 아플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인 사유리가 ‘사유리의 식탐여행’에서 순두부를 먹고 “맛이 없다”고 표현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방송인 사유리가 ‘사유리의 식탐여행’에서 순두부를 먹고 “맛이 없다”고 표현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 2020년 겨울 제주도에는 ‘텐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텐트가 설치된 곳은 수제 돈가스 ‘연돈’ 앞. SBS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통해 전파를 타는 바람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가게를 홍은동 포방터시장에서 제주도로 이사한 뒤 이 인파가 제주도까지 모여든 것이다. 품질관리를 위해 하루에 정량만 판매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개업시간인 10시보다 10시간이나 전인 자정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몇몇 사람들은 시급 1만원 정도를 주고 ‘대기 알바’를 쓴다고 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먹방 열풍이 10년이 지나도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먹는’ 콘텐츠에서 시작된 TV프로그램은 ‘솊(셰프)방’ ‘쿡(cook)방’으로 진화한 후 관찰예능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유튜브에서는 방송사들이 올린 ‘먹짤(토막영상)’뿐 아니라 개인 유튜버들이 올린 맛집 방문, 요리 콘텐츠로 도배돼 있다.


먹방 열풍이 10년 넘게 이어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1인 가구 증가, 미디어플랫폼 발전 등 경제·사회·기술적 변화가 뒤엉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충분히 이것저것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리만족 욕구, 1인 가구 증가로 스스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사람들의 수요, 유튜브의 발전으로 음식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제작·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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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TV 전파를 타면 갑작스레 인파가 늘어 지역사회의 갈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있다. 특히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은 임대료 급등과 원래 주민들의 이탈, 공실 증가 등 ‘미디어가 조장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실례로 꼽힌다.

하 평론가는 “가장 단순한 자극은 음식”이라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심리가 강화되고 미디어 공급 측면에서도 유튜브가 대세를 이루면서 음식방송의 열풍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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