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사람] 이용우 "권할만한 직장있는 사회 아이들에게 만들주려 56억 대신 정치 택했죠"

[민주당 영입인재 이용우 前 카카오뱅크 대표]

사람들은 공무원·공기업에만 몰리고

관성 빠진 대기업에 신산업도 꽉 막혀

활력 잃어가는 사회 책임지고 바꿔야

나이 많아도 미래 내다보면 꼰대 아냐

수평관계서 카뱅신화·체크카드 성과

정부, 예산으로 혁신 장려는 옛날 방식

정치 통해 불필요한 규제 솎아낼 것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권욱기자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권욱기자



‘업계 예상과 달리 2년 만에 흑자 전환.’ ‘8일 만에 체크카드 200만장 발급.’ ‘1,000만 고객 돌파. 인터넷은행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주식회사 카카오가 내놓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세간의 우려를 보란 듯이 깨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보안이 부실하다” “자본이 부족해도 증자가 어려울 것이다” “점포 없는 은행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우였다. 카카오뱅크는 걱정들이 싹 사라지도록 혁신해나갔고 그 중심에는 이용우 전 대표가 있었다.


그랬던 이 전 대표가 돌연 ‘정계 입문’을 선언했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그를 다섯 번째 영입인재로 발표하면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카카오뱅크의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56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지난해 10월 케이프투자증권 추산)까지 포기해야 했다. ‘성공한 ICT 기업 대표’라는 꽃길을 포기하고 ‘여의도 정치’라는 가시밭길로 뛰어든 이 전 대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그를 정치로 이끈 것은 ‘책임’이었다. 28일 서울경제와 만난 이 전 대표는 정치 입문을 결정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가족들에게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며칠 뒤였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아내가 술 한잔 건네며 그에게 물었다. “정치한다는 이유, 한마디로 뭔데?” 잠시 고민하던 이 전 대표가 입을 열었다. “애한테 권해주고 싶은 직장이 없는데…, 이거 어떡하나?”

이 전 대표는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은 틀에 박힌 일만 하고, 공무원시험을 본다고 수많은 사람이 몰린다. 이건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관성에 사로잡힌 대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로막고 스타트업의 좋은 아이디어를 빼앗아간다. 우수한 인재들은 공무원·공기업만 바라본다. 관료들은 기업가들의 쓴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불필요한 규제 속에서 신산업은 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그는 “이런 현상을 내가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권할 만한 직장,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만들겠다는 이 전 대표, 그는 어떤 경영자였을까. 적어도 그는 ‘꼰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 전 대표는 “‘나 때는 이렇게 했는데’라고 하는 사람이랑은 얘기 안 한다”고 못 박았다. 그가 정의하는 꼰대의 기준은 생물학적 연령이 아니다. 문제를 공유했을 때 ‘과거 사례’를 드는 이는 꼰대지만 미래지향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 이는 꼰대가 아니다.

카카오뱅크에서 그는 영어 이름인 ‘얀(Yan)’으로 통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입을 모아 그를 “소탈한 사람”이라고 했다. 한 직원은 “이용우 대표라는 말이 너무 어색하다. 얀 대표, 얀님도 아니고 그냥 얀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보통 직원이 740여명 규모의 회사 대표에게 “얀, 담배 좀 줄이세요”라고 편하게 말할 정도로 격의 없는 관계였다.

이 전 대표는 ‘걷는 사람’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는 양 끝의 거리가 100m쯤 되는 사무실 두 층을 하루에도 몇 번씩 걸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 프로젝트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농담을 하는 등 다양하게 소통했다. 직원들은 “보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한다”고 할 정도로 이 전 대표와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이 전 대표는 각 팀 프로젝트의 진행 내역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크고 작은 결정들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대표가 지시하면 직원들이 따르는 하향식(top-down) 의사소통이 아닌 직원들의 의견을 대표가 수렴해 결정하는 상향식(bottom-up) 소통이 이뤄졌다. ‘카카오 체크카드의 탄생’이 그 예다. 이 전 대표는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는데 왜 똑같이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않았다”며 “이거 참 재밌네. 해보자는 게 기본적인 자세”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대거 반영됐다. 카카오카드는 역대 두 번째로 ‘세로 카드’를 도입했고 라이언·무지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카드 디자인에 활용했다. 또 카드 앞면에 있던 카드 정보들을 뒷면으로 모두 옮기는 등 ‘세상에 없던 카드’를 만들어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귀엽다’는 입소문이 돌며 체크카드는 ‘잇 아이템(it item·꼭 가져야 하는 상품)’이 됐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체크카드는 8일 만에 200만장, 지금까지 1,050만장 이상이 발급됐다.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권욱기자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권욱기자


이 전 대표의 사임 소식에 직원들은 아쉬워했다. 민주당의 인재영입이 극비리에 이뤄진 탓에 직원들에게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가 그의 선택을 지지하기도 했다. 평소 ‘네거티브 규제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답답함을 호소한 이 전 대표를 봐왔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영입식에서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의 전환”을 혁신의 첫 번째 해결 방안으로 꼽았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언급하며 직접 그 필요성을 강조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은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네거티브 규제를 ‘기회’와 ‘책임’이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설명했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걷어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으려면 사업자가 그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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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공인인증서 없는 은행거래’를 실천한 카카오뱅크를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는 전자금융사업법 규정을 따라 해 문제가 생기면 규정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일종의 면책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쓰지 말자고 했다. 은행이 책임지면 안 되나”라고 발상을 전환했다. 그랬더니 개발자들도 조심스러워졌고 더욱 완결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잘못되면 회사가 책임진다고 하면 사람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자유와 책임이 같이 가지 않는 이상 백날 말로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사회안전망 강화’는 격려하고 ‘혁신성장전략’에는 낙제점을 줬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라며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이다. 누수가 있다면 효과적으로 감시해야 하는데 이는 국회와 개인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다만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해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옛날 방식”이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인공지능(AI) 혁신을 위해서는 인프라와 환경·규칙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왜 본인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가 직접 나서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정부는 이것저것 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제도와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 안에서 엉뚱한 짓을 하면 솎아내고 심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왜 자꾸 들어오려고 하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전 대표는 정치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솎아내는’ 작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물론 한국투자증권·카카오뱅크 등 각종 업계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맡은 그는 “규제의 틀을 항상 봐왔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카카오뱅크를 만들며 상당히 놀랐다. 은행 규제가 상당히 빡빡한데 왜 그 규제가 생겼는지 알 것 같다”며 “그런데 이 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 더 개선해서 혁신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갈등하는 정치권 상황에 대해서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협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협치를 가능하게 하려면 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주 작은 것, 같이 할 수 있는 것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엽·빈난새기자 inside@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4년 강원 춘천 △부산 가야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장재식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존스홉킨스대 방문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동원증권 상무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영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한국카카오 공동대표이사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더불어민주당 입당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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