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데 따른 여파다.
우리금융은 3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후보군 인선을 포함해 행장 후보 추천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모든 결정을 유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당초 우리금융은 이날 그룹임추위와 이사회를 열고 지난 29일 결론내지 못한 차기 행장 단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우리카드·우리종금 등 자회사 6곳의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절차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30일 손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잔여 임기를 채우고 나면 통보일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 신규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금감원 징계에 대한 대응 방향과 손 회장의 거취를 먼저 결정한 뒤에야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재개할 전망이다. 그룹임추위 위원장으로서 행장 선임의 키를 쥔 지주 회장의 거취가 분명해야 계열사 대표 선임 절차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임추위가 금감원의 징계를 수용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새로 시작할 경우 행장 선임 역시 원점으로 돌아가 후보군 압축 절차부터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우리은행 내부적인 동요도 커지고 있다. 이미 3개월 넘게 연이은 비상 상황에 따른 인사 지연을 겪어온 만큼 한시라도 빨리 불확실성이 정리돼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중징계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