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발병한 사스의 글로벌 경제 타격을 400억달러(약 50조원) 규모로 추산했던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피해가 사스의 4배인 1,6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스 당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4%였지만 지금은 17%에 이르는 만큼 세계 경제 여파는 그때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춘제 연휴 연장과 잇단 공장 가동 중단으로 글로벌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미국 앱티브는 올해 1·4분기 중국 공장의 자체 생산량이 11% 감소하고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도 생산이 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스타벅스·맥도날드 등도 중국 내 매장을 잇달아 폐쇄했다.
또 중국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70%의 제조를 책임지고 있어 이번 사태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2%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종 코로나를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꼽으며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세계 경제활동과 무역·여행을 상당히 방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레한드로 베르너 세계통화기금(IMF) 서반구 담당 국장은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국가들의 경제 사이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과 가장 밀접한 홍콩의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당초 전망치보다 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한국과 베트남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일본과 독일은 각각 0.2%포인트, 미국은 0.1%포인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1·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의 소비가 얼어붙으면 중국이 지난달 15일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약속한 수입물량(향후 2년간 2,000억달러어치)을 제대로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신종 코로나 유행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합의를 지키는 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최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