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브 심프슨(35·미국)의 ‘변종 퍼트’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심프슨은 3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총상금 73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19~2020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7위-2위-3위-우승으로 모두 톱10 입상에 성공한 그는 평균스코어 1위(67.598타), 페덱스컵 포인트 2위를 달리고 있다. 홀당 평균 1.664개로 1위에 랭크된 퍼트 능력이 원동력이다.
심프슨은 퍼팅에 관한 한 ‘사연 있는’ 남자다. 지난 2014년까지 롱 퍼터를 이용해 그립 끝을 배꼽에 대는 벨리 퍼팅을 했다. 4승을 거두며 성과를 냈지만 메이저대회인 2012년 US 오픈 우승으로 클럽 일부를 몸통에 고정하는 ‘앵커링(anchoring)’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6년부터 앵커링 금지가 예고되자 2014년 말 롱 퍼터를 부러뜨려 버렸다. 지금의 퍼팅 방식은 2015년부터 선택한 대안이다. 퍼터의 그립 부분을 왼쪽 팔뚝 안쪽에 밀착시키고 여기에다 오른손은 ‘집게 그립’ 형태를 취한다. 안정된 스트로크로 일직선 퍼트를 하기 위한 생존 방편이다. 2018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로 4년여 만에 결실을 본 심프슨은 지난해 11월 RSM 클래식 준우승에 이어 이날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음을 알렸다.
이번 우승에도 퍼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코츠데일TPC(파71·7,26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1타 차 2위로 출발한 심프슨은 2언더파 69타(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쳐 선두였던 토니 피나우(미국)와 동률을 이뤘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4m가량 되는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극적으로 연장전까지 갈 수 있었다. 같은 홀에서 치른 1차 연장전에서도 두 번째 샷으로 18번홀 때와 비슷한 지점에 볼을 올린 뒤 왼쪽으로 휘어지는 퍼트를 다시 성공시켜 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정규 18번홀에서 2.7m 버디를 놓친 피나우는 연장전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끝에 파에 그쳐 다 잡았던 통산 두 번째 우승 기회를 날렸다. 우승상금은 131만4,000달러(약 15억7,000만원)다.
안병훈(28·CJ대한통운)은 1타를 잃어 공동 9위(11언더파)로 전날보다 한 계단 밀렸지만 시즌 네 번째 톱10 입상을 기록했다. 임성재(22)는 공동 34위(8언더파)에 올랐고 강성훈(33)과 최경주(50)는 각각 52위와 5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