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61명을 기록하며 지난 2003년 사스 때를 넘어섰다. 춘제 연휴 이후 일터로 복귀하는 귀경 인파가 더해지면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일 자정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825명, 사망자는 57명 늘어 증가폭이 더 커졌다. 이 가운데 발원지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서만 하루 만에 확진자가 2,103명, 사망자는 56명 증가했다. 일일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0일 위건위가 공식으로 통계를 발표한 후 처음이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사스 때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 당시 중국 본토에서는 5,327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349명이 숨졌다. 발병한 지 두 달도 안 된 이번 신종 코로나의 피해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9개월간 일어났던 사스를 앞지른 셈이다. 더구나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신종 코로나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중국 누리꾼이 우한 제5병원 입구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5분 동안 무려 8구의 시신이 자루에 담겨 밖으로 실려 나갔다.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우한에서는 훠선산병원이 1,000개 병상 규모로 열흘 만에 완공돼 이날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 병원은 중환자실, 외래진료실, 의료지원부, 음압병실, 중앙공급창고, 의료폐기물 임시보관소 등의 시설을 갖췄으며 사스 당시 방역에 동원된 군 의료진 1,400명이 배치됐다. 1,500개 병상 규모로 우한에 ‘급조’된 레이선산병원도 오는 6일부터 환자를 받을 예정이다. 인구 9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저장성의 최대 도시 원저우는 8일까지 다른 도시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이틀에 한 번씩 1명만 외출해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외출금지령을 발동했다.
홍콩도 4일부터 선전만 국경 검문소와 마카오-홍콩-주하이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 등 두 곳을 제외하고 중국 본토와의 국경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총 6곳의 국경 통과점을 차단한 데 이어 로우 검문소, 록마차우 검문소 및 홍콩-마카오 페리 터미널 등 3곳을 추가로 닫은 것이다.
하지만 춘제 이후 고향에서 일터로 돌아오는 중국인들이 차츰 늘면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톈진·청두·란저우·뤄양 등 15개 도시는 전염 가능성이 큰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5부제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베이징 등 주요 도시들은 모든 택시운전기사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며 승객의 뒷자리 착석을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마스크 대란’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장시성 난창, 저장성 항저우, 광둥성 광저우 등에서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마스크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푸젠성 샤먼에서는 추첨 방식을 도입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난창의 경우 선착순 판매를 원칙으로 한번에 5장씩만 구매할 수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국가 중점의료물자 조달 시스템을 시찰하며 마스크와 소독제 등 의료물자 및 생필품 공급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역의 의료용품 업체들은 마스크와 소독액 등을 생산하기 위해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간접접촉만으로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광저우일보는 광둥성 광저우의 확진자 집 출입문 손잡이에서 이 바이러스의 핵산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문 손잡이처럼 사람의 손이 많이 닿는 물체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면 간접접촉을 통한 감염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