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메르스사태 겪고도 달라진 게 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 환자의 동선을 파악할 역학조사관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역학조사관은 환자를 인터뷰하고 동선을 확인해 접촉자 등을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감염자가 늘수록 동선파악은 방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어서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역학조사관은 질병본부에 77명, 시도에 53명 등 130명에 불과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1일 “역학조사관 숫자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시인했을 정도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인천과 대구·울산은 ‘감염병 예방관리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인원(2명)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와 울산은 한 명이고, 특히 매년 1,0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드나드는 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에는 한 명도 없는 상태라니 말문이 막힌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이 모양이다. 당시 감염자가 급증하자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가 제기됐지만 예산 부족을 핑계로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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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서도 달라진 게 없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정부에 검역인력 보충을 건의했으나 후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되레 감염병 관리 예산만 쪼그라들었다. 질본 세입세출 예산서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 종합관리’ 관련 예산은 메르스 직후인 2016년 559억원으로 대폭 늘었으나 이후 매년 삭감돼 지난해에는 42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 방역에 구멍이 숭숭 뚫린 이유가 다 있다.

불요불급한 복지예산은 펑펑 늘리면서 정작 필요한 곳은 외면했으니 철통 방역이 되겠는가. 역학조사관 양성에는 최소 2년이 걸린다고 한다. 메르스 때 증원계획을 세워 추진했다면 지금은 훨씬 나은 감염병 대응이 가능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라도 역학조사관 육성을 위한 장기 플랜을 수립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 메르스의 교훈이다. 재정은 이런 곳에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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