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개인 방역용품이 생활필수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생필품 가격이 크게 뛰고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쪽방촌 주민들이나 노인, 취업 준비생 등 경제적 빈곤층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4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5곳의 마스크 한장당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성인용 KF94 마스크는 3,148원, 성인용 KF80 마스크는 2,663원이었다. 2018년 4월 조사한 가격과 비교하면 KF94는 2.7배, KF80은 2.4배 올랐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한 가격일 수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마스크 한 두 개 구입하는 일조차 버겁다. 노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년 빈곤층에게는 이 같은 상황이 한층 더 힘들다. 고시생 등 젊은 저소득층에게도 마스크를 수시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방역용품 구매 부담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나 각종 복지재단은 취약계층을 위해 방역용품 지원을 늘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신종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관리기금 167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금은 지하철역, 시내버스, 노숙인 시설, 장애인·노인 복지 시설, 어린이집, 초등돌봄시설, 보건소, 현장 구급대원 등을 위한 물품 구매 등에 활용된다. 대한적십자사도 조손 가정이나 독거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 4,000세대에 마스크 2만매를 배부하기로 했다.
다만 지금 같은 사태가 장기화하고 방역용품 수급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쪽방촌이나 복지시설 등 외부 지원이 절실한 곳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활동가는 “서울시가 노숙인이나 쪽방촌 노인들에게 마스크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체계가 서울역이나 영등포 등 일부 지역에 밀집돼 있다”며 “다른 지역에 사는 노숙인들이 마스크를 얻기 위해 서울역까지 가야 하는 등 사각지대가 있어 지원 인력과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