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라인을 멈춘 데 대해 금속노조는 “생산공정의 무분별한 해외이전이 이 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생산공정의 일부라도 국내로 돌려서 전염병 등과 같은 돌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대립적인 노사관계나 반기업 정서,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 등을 못 견디고 생존을 위해 생산공정을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속노조는 4일 논평에서 “현대자동차가 조업중단을 결정했고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도 조업중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부품업체의 동반 생산중단을 피할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기업은 소재·기술에 대한 투자와 국산화를 게을리했고 비용 감소라는 명분으로 국내의 생산공정을 마구잡이로 해외 이전했다”며 “그 결과 줄인다고 한 비용보다 더 거대한 손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일본과 통상분쟁에서 드러나듯 ‘통상의 무기화’라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고,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대규모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부품, 자재에 대한 생산을 일부라도 국내로 돌리지 않으면 국민경제의 큰 축인 제조업은 반복해서 조업 중단 사태를 겪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하청 관계를 정상화해 중소기업이 자립하고 국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내 고용을 늘리고 생산 중단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배선 뭉치로 불리는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의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관리상 문제로 이 부품의 재고를 대량 보유하지 않았다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의 춘절 연휴가 9일까지 미뤄지며 하청업체들의 현지공장이 가동을 멈춰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현대차는 4일 울산 5공장 2개 라인 중 1개와 4공장 1개 라인을 휴업한 것을 비롯해 11일까지 순차적 휴업에 들어간다. 기아차 역시 이번 주가 지나면 재고가 소진돼 생산 중단의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