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퇴출 위기 국순당, 적대적 M&A 휩싸이나

5년간 적자로 상폐 심사 전망 속

시총보다 자산 3배 많아 관심 고조

D&H, 법원에 주주명부열람 신청

지분 파악 후 경영권 확보 가능성

0515A21 국순당



전통주 제조기업 국순당(043650)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로 코스닥 퇴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문 업체인 D&H투자자문은 지난달 말 춘천지방법원을 통해 국순당에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통상 주주명부열람은 경영권 분쟁의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아니지만 주로 한계기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냈던 곳이다. 김형태 D&H투자자문 대표는 “회사 자체 자금을 통해 국순당 지분을 매입했으며 주주명부열람이 허가되면 이후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3년 설립해 ‘백세주’ 등의 히트 상품을 내며 사세를 확장해온 국순당은 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다. 2015년 이른바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지면서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서 2018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손실을 봤을 것이 유력하다. 코스닥 기업이 5년 연속 적자를 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고 거래 역시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1만1,250원까지 올랐던 주가도 이후 내리막을 타 이날 현재 3,700원에 마감했다.


외형상 ‘부실 기업’인 국순당이 주목받는 것은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보유자산 때문이다. 국순당은 본업인 주류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부업인 투자업에서는 쏠쏠한 이익을 내며 적자 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더한 자산 총계가 지난해 9월 말 현재(별도기준) 2,108억원에 달해 630억원 안팎인 시가총액보다 3배 이상 높다. 벤처캐피털(VC) 투자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지앤텍벤처투자(VC)와 IMM 16호 기업구조조합 등을 보유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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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몇 년 동안 약세를 보이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누적돼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거래정지 등 조치가 내려지면 일정 프리미엄을 조건으로 소수 주주의 지분을 모아 경영권을 확보한 뒤 배당 및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적대적 M&A 전략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장 배중호 국순당 사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42.01%에 달한다. 의결권은 없지만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도 7.94%에 달한다. 여기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우호지분이 얼마나 될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더불어 국순당이 5년 연속 적자를 내더라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87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고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어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소수 주주 지분을 매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경영권을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해 경영정상화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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