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국내 증권사로는 일곱번째로 초대형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한다. 기존 초대형IB가 초대형IB만 가능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 4호 발행어음 사업자를 향한 하나금융투자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4일 자회사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4,997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오는 3월 26일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식 취득의 목적에 대해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의 초대형 IB 진입을 통한 영업 경쟁력 확보로 그룹 이익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 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는 사실상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일곱번째로 자기자본 4조원을 조건으로 하는 초대형IB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297억원이다. 여기에 이번에 증자한 4,997억원과 이날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순이익 687억원)을 고려하면 오는 자기자본총계가 4조원을 조금 밑돌게 된다. 하나금융투자는 1·4분기 이익이 반영되면 자본총계가 4조원을 넘어서 초대형 IB조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초대형 IB 진입으로 영업 확대를 통한 수익 성장 가속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강화되고 있는 규제 비율 충족 등 개선을 통한 영업경쟁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나아가 하나금융그룹 비전 2025 전략 목표인 비은행 비중 30% 달성 및 당사의 중장기 전략인 상시 ROE 10% 이상, 그룹내 이익 비중 20% 이상 등 중장기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IB 진입이 의미가 큰 것은 발행어음 인가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이 허용된다. 증권사의 발행어음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으면서도 은행의 예·적금 상품보다 금리가 높아 매력적인 상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자본을 손쉽게 끌어들여 수익률 높은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운용 수익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인가 조건이 까다로워 앞서 초대형IB로 올라선 증권사 6곳 중에서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만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해왔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배당사고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인가 심사가 중단됐다. 신한금융투자가 하나금융투자에 앞서 발행어음 인가 신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휘말리며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하나금융투자는 관련 조직 및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하여 신청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