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공급망 붕괴 '쇼크'…현대차, 국내공장 올스톱

11일까지 순차적 공정 중단

5일간 생산중단 7,000억 피해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국내 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날부터 울산·아산·전주 등 국내 생산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해 공정을 오는 11일까지 멈추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날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중단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관련기사 5면, 본지 2월4일자 1·4면 참조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필수적 부품인 ‘와이어링하니스’의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자동차의 신경망 격인 이 부품을 경신과 유라 등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회사들은 한국 기업이지만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이 회사들의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바람에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현대차의 공정이 결국 멈춰 섰다.


당장 이날부터 G90·G80·G70 등 제네시스 차종이 집중된 울산5공장 1라인과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2라인이 가동을 중단했다. 울산공장 내 나머지 공장은 5일부터 순차적으로 공정을 멈춘다. 5일간 조업을 전면 중단할 경우 현대차는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된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7일부터, 상용차 생산기지인 전주공장은 6일부터 휴업한다. 현대차는 11일부터 모든 공장의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보안요원이 4일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 현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한다.  /평택=오승현기자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보안요원이 4일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 현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한다. /평택=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결국 국가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의 국내 공장을 멈춰 세웠다. 울산·아산·전주공장 3곳의 휴업 날짜와 지난해 2월 생산 대수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현대차는 약 3만 대 가량의 생산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아차는 공장 중단 대신 생산량 조절(감산)로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협력업체로부터 통합배선인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경신·유라코퍼레이션 등 협력업체들은 이 부품을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로 현지 공장이 멈춰 서 공급도 중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는 11일 공장 가동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중국 현지의 신종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하고 대체 공급선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공장 휴업 사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기아차는 생산물량이 적고 재고도 상대적으로 많아 휴업보다 생산량 조절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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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4일부터 울산·아산·전주 등 국내 생산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해 11일까지 멈추기로 했다. 연간 1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울산공장에서는 △벨로스터와 코나를 생산하는 1공장이 5~11일 △GV80과 팰리세이드·싼타페·투싼을 만드는 2공장이 7~10일 △아반떼와 i30, 아이오닉,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이 7~11일 가동을 멈춘다. 팰리세이드와 GV80 등 생산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2공장 중단 기간을 최대한 줄였다. △그랜드스타렉스와 팰리세이드 일부 물량을 생산하는 4공장 1라인은 7~11일 △포터를 만드는 4공장 2라인은 4~11일 △G90·G80·G70 등 제네시스 차종이 집중된 5공장 1라인은 4~11일 △투싼과 넥쏘의 5공장 2라인은 6~11일 생산이 중단된다.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연간 생산 약 23만대)은 7~11일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고, 상용차 생산기지인 전주공장(약 5만대)은 트럭의 경우 6~11일, 버스는 10~11일 휴업한다.

현대차 노사는 협의를 통해 공장휴업 기간 중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평균임금은 성과·격려금을 제외하고 받는 총 금액의 3개월 평균이다. 당초 노조는 통상임금의 100% 지급을 요구했지만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임금 때문에 협의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사측의 제시를 받아들였다. 노조는 이날 “공장 중단 사태를 불러온 건 사측”이라면서도 “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국가 기간산업이기에 노조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약 17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현대차의 국내 공장이 일제히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현대차는 물론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기준 현대차의 일 평균 생산량이 6,224대였고, 이번에 각 공장이 평균 5일가량 가동이 중단된다고 보면 3만대 가량의 생산 피해가 발생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현대차 국내 공장의 추정 공헌이익은 대당 785만원 정도로, 산술적으로는 약 2,355억원의 피해규모가 계산된다. 여기에 다른 부품을 공급하는 1·2·3차 협력업체들도 함께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자동차 산업계의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11일 정도에는 국내 생산과 동남아 공급선을 통해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을 확보,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현지의 신종 코로나 유행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국내와 동남아 지역에서의 재고확보 상황에 따라 공장 재가동 시기는 다소 변경될 수도 있다.

한편 쌍용차도 이날부터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와이어링 하니스를 만들어 쌍용차에 공급하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멈춰 섰기 때문이다. 쌍용차 또한 12일 가동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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