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진 3일(현지시간) 새로운 규정 적용에 따른 혼란에 투표 결과를 취합하는 애플리케이션 문제가 겹치면서 민주당이 승리자를 발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가 끝난 뒤 주요후보들이 “우리가 아이오와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한데다 안팎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며 대혼란이 빚어졌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아이오와를 시작으로 기세를 모으려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큰 악재를 맞게 됐다.
민주당은 4일 오전 “집계과정에서 세 가지 유형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날 늦게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날 1,600여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아이오와주의 민주당 코커스는 이날 오전2시 가까이가 돼서도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몇 시간 동안 결과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2016년 민주당 코커스 때는 오후9시10분께 초반 개표 상황이 보도됐다.
올해의 경우 제도가 바뀌면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과거에는 후보별 최종 대의원 확보 수만 공개했는데 올 들어 △1순위 투표 결과 △최종 투표 결과 △후보별 할당 대의원 수 등 세 가지로 나눠 발표하기로 했다. 발표방식이 복잡해지면서 이들 항목의 수치가 맞지 않은 것이다.
투표 결과를 손쉽게 집계하기 위해 도입한 스마트폰 앱에서도 일부 오류가 발생했다. 해당 앱에서 지속적으로 에러 메시지가 떴다는 증언도 나왔다. AP통신은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부 카운티의 선거구에서는 모바일 앱이 엉망진창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앱은 코커스 당일 밤에야 겨우 작동했으며 이 때문에 당 관계자들이 선거구별 경선 결과를 수동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고 사진을 통해 검증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 내에서도 공정성 이슈가 불거졌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캠프는 “프로세스의 무결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날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해야 할 정도의 결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총체적 붕괴”라고 지적했고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려고 하는 정당으로서는 초라하다. 아이오와에서 승자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 계정에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라며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처럼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웃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지난밤 큰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바로 ‘트럼프’다”라고 자랑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캠페인 선대본부장도 “사람들이 이 과정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공격했다. 앞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민주당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발표가 늦어지자 기다리다 못한 주요후보들이 “우리가 성공했다”고 주장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투표 결과를 2시간45분 넘게 기다리다 연설에 나선 샌더스 의원은 “결과가 곧 발표될 텐데 느낌이 좋다”고 승리를 확신했다.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시장이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첫 코커스에서의 성공을 선언했다”고 했다. 후보마다 성공 기준에 차이를 가질 수 있지만 공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혼선만 키운 셈이다.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당분간은 주요 후보 간 공방이 지속되고 내부 갈등만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25분 만에 승리를 확정해 사실상 대선후보 자리를 굳혔다. CNN에 따르면 개표가 68% 진행된 이날 오후8시40분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97%의 지지를 얻어 1.3% 안팎에 그친 조 월시 전 하원의원과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크게 앞섰다. /디모인=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