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家 vs 조현아연합' 대결…소액주주·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조원태 편든 이명희·조현민

조 회장 우호지분 33.45% 확보

델타항공·국민연금 지지받아 비슷

양측 모두 주주제안에 사활 걸어

소액주주·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한진(002320)그룹 경영권을 놓고 오너 일가가 완전히 갈라졌다. 일부의 예상과 달리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180640)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결탁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진가 오너 일가의 결속력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물밑으로 오너 일가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을 수 있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한진가와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한 외부세력 간 다툼으로 정리된 셈이다. 결국 한진 경영권은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0535A02 한진그룹



“피는 물보다 진하다” 든든한 우군 얻은 조원태




조 회장은 이 고문과 조 전무의 공개지지 선언으로 경영권 유지의 명분을 얻었다.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결탁’하며 가족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으로 조 전 부사장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간의 결속력 강화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측근들은 물론 델타항공·카카오 등 비즈니스 관계로 결합된 주주들을 끌어들일 명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고문의 조 회장 지지 선언은 사실 의외다. 지난해 말 이 고문의 자택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이후 이 고문은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실제 조 회장은 어머니의 측근으로 분류된 임원들을 지난해 말 인사에서 모두 좌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반전은 외부세력과 손잡고 전문경영인을 세우겠다는 조 전 부사장의 선언으로 시작됐다. 여기다 현직을 유지하며 이 고문과 같이 살고 있는 조 전무의 조언이 이 고문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또 조 회장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사과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설득도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고문이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한 바탕에는 ‘그룹 경영권은 오너 일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과 공동주주로 나설 경우 조 회장은 지분 22.45%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조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기타 임원들의 지분까지 더하면 확보한 지분은 33.45%로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지분 31.98%를 넘어선다. 결국 양측 모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주총에서 과반을 차지하려면 조 회장은 10% 수준, 조 전 부사장은 11%대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 30.46% 중 8.2%만 조 회장 측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 회장이 주총 참석 지분의 과반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주주들까지 우호세력으로 포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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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A02 한진칼 주요주주 경영목표0516A02 한진칼 주요주주 경영목표


2월 주주제안 제출 임박, 복잡한 셈법



한진칼 주총은 3월 마지막 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월12일 무렵에는 주주제안을 제출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 연합은 KCGI가 꾸준히 제기해온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이들은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특정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따라 가족 공동경영 체제 유지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적자가 지속되는 한진그룹의 비핵심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그룹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를 주장하되 일정 부분의 경영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양측은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향방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7일로 예정된 한진칼 이사회에서 경영 관련 쇄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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