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EU '미래관계 협상' 험로…파운드화 가치 1.52% 급락

양측 'EU기준 수용' 놓고 신경전

존슨, 캐나다·호주 모델 언급도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런던 구 왕립해군학교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잠재력에 대한 연설을 마치고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런던 구 왕립해군학교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잠재력에 대한 연설을 마치고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에 따라 곧 진행될 양측의 미래관계 협상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EU는 무역협상과 관련해 영국이 EU 기준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무관세·무쿼터 협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영국은 EU 규정 수용을 거부하며 맞섰다.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래관계 협상 관련 EU 측 입장을 밝히면서 이 같은 무역 부문에 대한 원칙을 천명했다. 그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약속에 합의해야 한다”면서 “이는 사회·환경·기후·세금·보조금에 대한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어업과 공정무역을 최우선에 둘 것이며 영국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갖지 않도록 하는 데 특히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아무런 합의가 없는 ‘노딜’ 상황도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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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런던에서 행한 연설에서 “EU가 영국의 규칙을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영국이 경쟁정책·보조금·사회보호·환경 등에 관한 EU의 규칙을 수용하는 자유무역협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영국은 이러한 분야에서 높은, 여러 측면에서는 EU보다 나은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약으로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또 EU와 맺을 무역협정과 관련해 ‘캐나다 모델’과 ‘호주 모델’을 언급했다. 그는 “‘딜’이냐 ‘노딜’이냐의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EU가 캐나다와 체결한 것과 같은 무역관계에 합의하느냐, 아니면 호주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EU가 캐나다나 호주와 맺은 무역협정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느슨한 무역관계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영국과 EU가 미래관계 협상 조건을 두고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영국 파운드화는 1% 이상의 약세를 보였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2999달러를 기록해 전 거래일(1.3200달러) 대비 1.52% 하락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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